고양 소노 이정현이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량발전상을 받은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이정현은 ‘기록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이정현은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44경기에 출전해 평균 22.8점, 6.6어시스트, 2.0스틸을 기록했다. 어시스트, 스틸, 3점 부문에서 3관왕을 달성했다. 국내 선수 득점 부문도 1위다.

국내 선수가 평균 20점을 넘긴 건 2010-2011시즌 문태영(22점)이 마지막이었다. 국내 드래프트 출신으로 범위를 좁히면 2007-2008시즌 방성윤(22.1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압도적인 개인 성적에 이정현은 일각에서 정규리그 MVP 후보로도 언급됐다. 팀 성적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소노는 8위에 그쳤다. 20승34패로 올 시즌을 마쳤고, 승률은 37%였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가장 낮은 팀 순위로 MVP를 타낸 사례는 2008-2009시즌 주희정이었다. 당시 주희정은 54경기에 모두 나섰다. 평균 15.1점, 8.3어시스트, 4.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으나 안양 KT&G(현 정관장)는 7위(29승25패)에 그쳐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이 시즌 주희정이 PO에 오르지 못했는데도 MVP를 받은 유일한 사례다. 성적이 같았던 6위 인천 전자랜드에 상대 전적에서 밀려 탈락했지만 KT&G를 이끌고 마지막까지 PO 경쟁에 참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와 달리 올 시즌 소노는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몰렸고 일찌감치 PO 경쟁에서 밀렸다. 그런데도 MVP 후보로 언급됐다는 사실은 이정현의 개인 활약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이정현은 올 시즌 30점 이상 퍼부은 경기가 9차례나 된다. 2월 14일 부산 KCC전에서는 42점을 폭발하기도 했다.

경기 운영에도 눈을 떠 어시스트도 많았다.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한 경기가 6번이다.

그를 애제자로 생각하는 김승기 감독은 수상과 별개로 이정현이 현재 우리나라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믿는다. 타 팀 감독도 김 감독의 확신을 부정하기 어렵다.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지난달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소노와 원정 경기를 앞두고 이정현에 대해 "사실상 외국인 선수다. 막아도 30점씩 때려 넣는다"고 평가했다.

이 경기에서 이정현은 38점을 폭발해 소노의 102-87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이정현은 1일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프로농구 최고 가드로 도약이 단숨에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에는 15.0점, 4.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득점은 8점, 어시스트는 2개가량 늘었다.

필드골 성공률은 42.1%에서 46.4%, 3점 성공률도 34.2%에서 37.2%로 높아졌다. 수비 수치도 좋아졌다. 리바운드(2.6개→3.4개), 스틸(1.7개→2.0개) 모두 늘었다.

수상자로 호명돼 단상에 선 이정현은 "이번 시즌 기량발전상을 받은 만큼 내년에는 팀 승리까지 함께 이루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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