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계획한 모든 것을 다 끝냈을 때는 홀가분함과 성취감을 주지만,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하는 마지막은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6년 개봉한 영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30년 동안 인기리에 생방송된 라디오 쇼의 고별 공연을 담았다. 한때 정상을 달리던 이 프로그램은 시대가 변하면서 구시대 유물이 돼 종영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른다. 인생의 거의 전부를 쇼에 바친 사람들. 이제는 다시 없을 무대를 위해 그간 사랑받은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생방송 시작 6분 전, 쇼를 준비하는 가수와 스태프들로 가득 찬 대기실은 시끌벅적한 난전이 따로 없다. 하지만 모두 30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보니 물 흐르듯 자연스레 무대에 선다. 주로 포크, 컨트리, 가스펠 같은 추억의 노래와 사소한 만담으로 구성된 쇼는 진행자 케일러의 유쾌한 목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흥을 더한다. 

전직 탐정이자 현직 쇼 진행 안전요원인 가이 누아르는 극장을 돌며 상황을 확인한다. 그러다 한 가수의 죽음을 본다. 조금 전까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내려온 동료의 죽음에 가수들은 동요한다. 자매 가수는 진행자에게 추모사나 하다 못해 마지막 방송에 대한 고별사라도 하라고 제안하지만 케일러는 단칼에 거절한다. "모든 쇼는 다 마지막 쇼"라며 "라디오 쇼에 비극은 없다"는 신념과 철학의 관철이었다. 

한편, 카우보이 듀엣은 마지막 무대를 지저분한 가사로 가득한 일명 ‘시덥지 않은 농담’을 멋대로 선곡하고, PD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전개에 무척이나 당황한다. 설상가상으로 쇼의 마지막 6분이 비어 버린 상황. 하지만 이는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데뷔 무대가 된다. 

영화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답게 군상극으로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좁히지 않을 듯했던 서사는 어느덧 하나의 사건이 자생적으로 돋아나며 뜻밖의 상황으로 인물들을 몰아간다. 이는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특기다. 

그간 감독은 군상극을 통해 인간의 허영과 위선을 꼬집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특유의 차갑고 냉소적인 시각 대신 사라질 것에 대한 담담한 인사와 현재 가치를 그렸다. 종영을 맞이한 라이브 라디오 쇼를 주요 무대로 설정한 것도 이런 의도를 잘 말해 준다. 그러나 감독은 과거 향수에 매달리지 않는다. 결국 방송국은 매각되고 극장은 부서져 주차장이 되고 말지만,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을 애써 붙잡거나 ‘옛날이 좋았다’는 식의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감독의 유작이 된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모든 것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라는 불변의 진리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회한 혹은 미래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라는 덕담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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