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곧 다가오는 총선에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경쟁에서 이기려는 파격적인 공약이 목소리를 키운다.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발표로 사직을 불사하는 연대 행동으로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아픈 사람들은 의사를 찾겠다고 병원을 전전하고, 여기저기서 난무하는 공약은 정말 저렇게 해도 되나 하는 의구심만 키운다. 

이러한 와중에 올라가는 물가로 힘이 드는 건 국민뿐이다. 같은 수입으로 올라가는 물가를 상대하려니 불안감은 커지고, 점점 쪼그라드는 삶을 피할 길이 없다. 마트나 가게에서 만나는 물가는 이미 화두가 됐다.

정부는 높아진 물가에 재정을 투입해 강제로 농수산물가를 낮추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정부가 제시했던 올해 소비자물가 정점은 2.6%였다. 그러나 2월 소비자물가는 3.1%로 올라섰고, 국제유가 상승을 비롯해 환율 상승 추세로 보면 정부의 소비자물가 목표치 고수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속되는 물가 상승은 침체한 경제를 버티는 국민에게 상당한 고충을 가져온다. 특히 농산물 등 신선제품의 물가 상승은 아예 소비를 제한하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사과 등 국내 과일 가격이 턱없이 상승하자 과일 매대는 수입 과일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도, 판매자도 너무 올라간 과일을 취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물가 상승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높은 물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급여 인상을 시도하고, 이는 전체 산업계에 영향을 줘 임금 투쟁의 불을 붙이기도 한다.

이미 지하철 운임이 올랐고,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을 통해 임금을 올리는 시도를 한다. 지난달 28일 파업으로 4.48%의 임금 인상이 이뤄졌다.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12.7%였으나 밤샘 협상에도 합의를 보지 못했고, 결국 서울 전역에 시내버스가 모두 멈춰 버렸다. 이에 임금 4.48%에 명절수당 65만 원 등 추가 조정으로 겨우 타결된 것이다. 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쳐 임금 인상 투쟁이 이어질 것이다.

의대 정원 문제도 정부의 일방 발표로 2천 명 증원이 이뤄졌고, 의사와 관련 단체가 전면 반대를 표명하면서 정부와 의사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정부는 증원을 고수하며 대화를 요구한다. 양자가 한 치 양보도 없이 자기 주장만을 내세워 상황이 악화됐다.

의사는 의사직을 걸고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정부는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정지를 한다고 했으니 이대로 가면 의사들은 직업은 물론 의사면허도 잃어버리게 된다. 정부 역시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인적 자원을 잃고 일선 의료진 부족으로 난항을 겪게 된다.

서로 자기 주장만 펼치면 협상은 결렬된다. 협상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논의의 자리다. 논의가 이뤄지려면 상대의 처지와 상대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이해하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상대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소통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의사소통 기술은 상대를 양해하고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러한 환경이 구축된 다음 자신의 요구사항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모든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 빠졌다. 상대가 이러한 요구를 하는 처지와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또 내 요구는 변함없이 내세우면서 의견을 들어볼 용의가 있으니 만나자고 말한다면 과연 상대방은 협상 자리에 나와 줄까.

협상은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이익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방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목표로 제안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이해인데 이것이 빠졌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현혹하는 공약으로 자신을 뽑아 달라고 하고, 의사들은 충분한 보수를 받지 못하니 더 이상 인력을 증원하면 안 된다는 주장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아픔이나 생명보다, 사업 타당성이나 재원보다 내가 먼저다. 정부의 소통 기술 부재와 더불어 나 우선주의로 밀어대는 기득권의 이권이 우리 사회를 혼동으로 밀어넣는다. 경쟁과 억압이 아닌 상호 이익으로 소통한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이권은 불균형을 가져와 또 다른 분쟁의 시작이 될 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