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수와 진보의 사회갈등 인식률(중복 응답)은 82.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갈등은 전 연령대에서 80%대로 나타났는데, 특히 40대가 84.2%로 가장 높았다. 정권이 교체되고 이전 정권을 전면 부정하는 상황에서 진영 갈등이 고조된 것 아닌가 싶다. 그 뒤를 빈곤층과 중상층(76.1%), 근로자와 고용주(68.9%), 개발과 환경보존(61.4%)이 이었다. 걱정했던 남자와 여자(42.2%), 종교(42.3%), 노인층과 젊은층(55.2%) 갈등은 오히려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보수와 진보 갈등은 정치 진영 간 갈등이다. 정치인들이 이념적 편향성을 동원해 국민을 인위적으로 갈라놓고, 갈등을 끊임없이 증폭시켜 진영 논리에 가둬서 발생한 갈등이다. 후순위를 차지한 빈부, 노사, 환경, 젠더, 종교,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화합하는 게 정치가 할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가장 큰 갈등을 유발하는 주범이 됐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정치 양극화를 통해 추종 세력이 집단화될 때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권력 쟁취 명분도 커지기 때문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갈등은 주제만 다를 뿐 해소해 가는 과정은 동일하다. 합리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상대방에 대한 차이를 수용하며 다름을 존중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자문화 우월주의와 상대방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 같은 소통의 장벽부터 허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를 풀어가야 할 당사자들(정치인) 처지에서는 자신의 존재 이유이자 본연의 목적을 포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본연의 목적이 정치 개혁이 아니라 권력 획득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보수·진보 갈등은 진정한 이념적 갈등도 아니다. 표에 도움이 되면 어느 쪽이든 시장에 개입하고, 그런 행태를 상호 비난한다. 포퓰리즘 공약도 이제는 어느 일방의 전유물이 아니다. 본질이 ‘정치세력 집단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구 면적의 2천 분의 1도 안 되는 땅 덩어리에서 75년 이상을 남북이 분할된 상태로 공존 중이다. 이마저도 남남 갈등으로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삶을 산다. 기가 막히지 않나. 국민을 대변하겠다며 나선 후보자들은 한 번만이라도 이 부분을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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