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主筆)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운 안목과 식견을 혜안(慧眼)이라 한다. 5일부터 양일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10일은 본 투표일이다. 우리 국민은 혜안을 지닌 민주시민이라 믿는다. 후회 없는 한 표 행사를 당부한다.

총선(總選)이든 대선(大選)이든 선거 때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곤 한다. 주로 선거를 앞두고 상대방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하기 위한 정치가들의 흑색선전을 마타도어(matador)라 한다. 정도를 넘을 경우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의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외양만 믿고 판단해서는 사안(事案)을 그르치기 쉽다.

어느 때보다 정확한 사리 분별이 요청된다. 눈에 콩깍지가 씌면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잘 포장된 정치 선전물에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참과 거짓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입증하지도 않고 사술(詐術)에 넘어가는 사람을 우리는 어리석고 미련하다 해 미욱한 인간이라 칭한다.

우리는 이제 과거 낙후된 시대의 국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이며 군사력도 5위권에 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 또한 높다. 하지만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 날로 새로워져야 함에도 고질적인 이념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구례(舊例)의 사슬에 매였다. 지연·학연·혈연에 의한 차별의식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남은 사회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설사 교묘한 술법을 이용해 당선된다 해도 추후 선거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사안에 따라 당선 무효가 되기도 한다.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등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선거법이 사문화된 느낌이다. 선거재판의 경우 임기가 끝나가도록 최종심까지 마치지 못할 정도다. 이러니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 속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서방 한 기자의 말이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적절한 지적으로 회자(膾炙)된다. 작금의 선거판을 목도하자니 이 표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 사료된다. 부끄럽게도 이 같은 비하 발언을 또다시 들으려는가?

선거 때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이 넘쳐난다. 언어공해가 아닐 수 없다. 교묘하게 꾸며 내는 말은 덕(德)을 어지럽힌다는 경세어(警世語)도 있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허물이라 했다. 

남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맹종(盲從)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말이 「논어(論語)」에 나온다. "여러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며, 여러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하기야 「대학(大學)」에서도 "좋아하면서도 그 사람의 나쁜 점을 알고(好而知其惡), 미워하면서도 그 사람의 아름다운 것을 아는 사람(惡而知其美)은 천하에 드물다(天下鮮矣)"고 했다.

우리 헌법 제1조는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엄연히 선언했다. 그렇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이는 유권자의 국민 투표권 행사로서 구현된다. 동법은 제40조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전제하고, 제41조에서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라고 명문화했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정당마다, 후보마다 내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우민정책(愚民政策, Policies to keep the people ignorant)은 지배자층이 기득권 지위나 권력을 강화·안정시키기 위해 정치에 대한 피지배자층의 판단력을 없애는 정책이다. 진실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모시 고르려다 삼베 고른다"는 속담이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 유권자라면 어느 것이 모시이고 삼베인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나라의 미래가 제22대 총선에 달렸다. 신성한 국민주권을 올바로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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