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기념일인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정부 주도로 제주도에서 열렸지만, 올해도 제주도만의 추념일이 됐다.

 3일 제주도에서는 정부, 정당, 시도교육감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과, 생존희생자와 유족 등 2만여 명이 모인 제76주년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렸다.

 여당은 윤재옥 원내대표와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이 참석하는데 그쳤지만, 야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각 당 대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행사 불참 소식에다 한동훈 선거비상대책위원장마저 불참이 알려지자, 표심을 걱정하는 여당 후보들한테서도 아쉬운 소리가 흘러나온다.

 추념식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는 총 집결한 야권과 견줘 핵심 인사들이 불참한 여당에게 4.3 학살의 후예라고까지 칭하며 맹비난 했다.

 또 불참으로 4.3을 폄훼하는 여당은 즉시 국민들께 사과하고, 4.3 폄훼 인사들의 공천을 취소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뿐만이 아니라 과거 대통령들도 정부 성향에 따라 추념식 참석 여부가 결정되는 모양새였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1차례(06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3차례(18, 20, 21년) 참석했을 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당선인 신분 참석을 제외하면 보수 정권 대통령이 참석한 적은 없다.

 제주 4·3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이념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평가가 엇갈린다.

 진보 진영은 민중이 권력층의 억압과 탄압에 맞선 5·18 광주 항쟁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하고, 보수 진영은 공산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하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해도 당시 약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제주 4·3 평화재단에 따르면 제주 4·3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해 이들의 무력 충돌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했으며 공식적인 희생자 수는 2023년 기준 1만4천738명이지만, 진상조사보고서에는 2만5천∼3만 명으로 추정한다.

 이 숫자는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어서 제주도민을 통틀어 가족이나 친척 중 희생자가 안 나온 사람이 없을 정도로 참극이었다고 한다.

 군사정권과 보수정권이 득세한 시절 제주 4·3은 금기 사항이나 마찬가지여서 유가족들의 공식 위령 행사는 엄두도 못 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들어서야 국가가 공식 사과했고 본격적인 진상조사와 특별법이 제정됐다.

 여러 번의 개정을 거친 끝에 2014년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서 추념일로 지정하도록 명문화함으로써 법정 기념일로 지정까지 됐지만 여전히 제주도에 국한된 행사가 됐다.

 인천도 지자체 차원 공식 행사도 없었다.

 제주 4·3 특별법에 지자체가 예산을 편성해 행사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됐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주도를 제외한 지자체들은 소극적이다.

 일부 지자체 관계자들은 3·1절처럼 국가 공휴일로 지정된 날이 아니면 공식 행사를 주관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이념과 진영 논리를 떠나 희생자 넋을 기리는 국가추념식이라는 점을 상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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