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시 30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습지생태공원 내 갯벌체험장.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성인 남녀 한 쌍이 이야기를 나누며 나란히 갯벌을 거닐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갯벌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갯벌 입구에는 ‘이곳은 갯벌 생물보호지역입니다. 생물 보호를 위해 맨발 걷기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맨발로 걷는 시민들이 꽤 눈에 띄었다.

공원 근처에 산다는 김모(46)씨는 "날씨가 따뜻해져 갯벌을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며 "갯벌 생태계 보호를 위해 맨발걷기를 하지 말라는 뉴스를 봤는데, 훼손이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맨발걷기가 갯벌 훼손을 가속화한다며 이러한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완연한 봄기운에 소래습지생태공원 갯벌체험장을 찾는 시민 숫자가 증가하면서 갯벌 훼손 우려가 더욱 커진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박옥희 사무처장은 "갯벌을 개방하기 전에는 염생식물 군락이 갯벌을 가득 메웠지만, 개방 이후로부터 염생식물들이 점차 소멸돼 현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훼손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갯벌을 직접 들어가기보다는 눈으로 보는 것으로 체험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갯벌 한쪽에 마련된 세족장에서 발을 씻으면 수돗물이 갯벌로 흘러 들어가고, 염도가 낮아지면 흰발농게의 서식을 방해해 결국 갯벌 훼손 속도를 가속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을 담당하는 인천대공원사업소 관계자는 "맨발로 갯벌 걷기를 강제로 제재하기는 어렵다"며 "맨발걷기를 자제해 달라는 펼침막을 부착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갯벌에 들어가는 행위를 제지할 대안이 없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강인희 기자 kyh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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