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후보들의 거친 막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선거는 ‘축제’라고 배웠지만 정작 그들이 쏟아내는 그 어떤 말에서도 축제와 같은 설렘이나 희망을 느낄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들리는 말은 대체로 경쟁자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됐으니까요. 그러니 누가 당선되더라도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나라, 풍요로운 나라가 될지 의문이 듭니다. ‘백유경’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다섯 명이 함께 돈을 내 하인을 샀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하인에게 자신의 옷을 빨아 달라고 하자, 나머지 네 명도 똑같이 "내 옷도 빨아 줘!"라고 했습니다.

하인이 "저분의 옷을 먼저 빨기로 했으니 저걸 빤 뒤에 빨아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나머지 네 명이 화를 내며 따졌습니다. "우리도 저 사람과 함께 너를 샀는데 어찌 저 사람 옷을 먼저 빨아 주느냐?"

이렇게 말한 사람이 하인에게 곤장을 치자 나머지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곤장을 쳤습니다. 잠시 후 하인은 죽고 말았습니다.

무척이나 어리석은 사람들이죠? 개인의 탐욕과 왜곡된 평등의식이 결국 하인을 죽게 했으니까요. 우월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빚어 낸 참사입니다. 이렇게 무엇이 옳으냐를 두고 벌이는 비난의 끝은 늘 불행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성 이야기 111가지」(박민호)에 탐욕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를 알 수 있는 예화가 나옵니다.

기장과 장관, 주교님과 소년, 이렇게 네 명의 승객을 태운 소형 비행기가 이륙해 순탄하게 가다가 갑자기 이상기류에 휘말려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가 가까스로 그 기류에서 벗어나자마자 갑자기 왼쪽 엔진이 멈춰 섰고, 잠시 후 오른쪽 엔진도 숨을 헐떡대기 시작했습니다. 기장은 재빨리 관제탑에 조난신호를 보낸 뒤 승객들에게 비상 탈출 계획을 알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4명입니다. 그런데 낙하산은 3개뿐입니다. 저는 비행기를 끝까지 지켜야 하니 하나는 반드시 제가 써야 합니다. 그러니 나머지 2개를 누가 쓸지 빨리 결정하세요."

이 말이 끝나자마자 장관은 자신이 나라 살림을 책임진 중요한 사람이니 자신이 쓰겠다고 하고는 뛰어내렸습니다. 하나 남은 낙하산 앞에서 나이 많은 주교님이 눈을 감고 성호를 긋더니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 이 낙하산을 네가 쓰거라. 나는 하느님 곁으로 갈 준비가 돼 있단다."

그때였습니다. 소년이 주교의 손을 잡더니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요. "주교님, 아직 낙하산은 2개가 남아 있어요. 장관님은 제 배낭을 메고 뛰어내렸거든요."

물론 작가의 상상력으로 지어 낸 이야기겠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탐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헤아릴 수 있으니까요. 특히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경우 더더욱 자신의 탐욕과 진영의 탐욕을 경계해야만 합니다. 모두를 위해서요.

자신만 살겠다는, 자신만이 돼야 한다는 욕망이 작동하는 선거판에서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막말도 서슴없이 해대는 일들이 비일비재할 겁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국민과 사회에 절망이라는 비극을 불러들입니다.

‘최선’의 후보가 아닌 ‘차악’의 후보를 골라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뉴스에서 또는 거리에서 후보들이 토해내는 말에서 그 어떤 희망도 볼 수 없음이 무척 슬픕니다. 그래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을 국회로 보내는 일이 유권자인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만큼은 다행입니다. 적어도 자신만 살겠다고 배낭을 메고 뛰어내린 그런 사람들만큼은 골라내야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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