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지난 3월 27일, 10년간 두 자녀에게 1억 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40대 남성이 징역 3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실형을 받은 첫 사례다.

2021년 7월 개정·시행된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감치명령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장착하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육비 문제가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공적 의제임이 확인된 순간이다.

하지만 ‘감치명령’이라는 큰 산이 버티는 까닭에 형사고소까지 가는 길은 험난함 그 자체다. 양육비 미지급자가 위장 전입하거나 해외에 거주할 경우에는 소장 불송달을 이유로 감치소송이 진행되지 않아 형사고소는 언감생심 꿈조차 꿀 수 없다. 

운 좋게 공시송달로 감치명령을 받았다 해도 실제 형사고소 과정에서는 "감치소송이 공시송달로 진행돼 피의자(미지급자)가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혐의 처분되는 건 덤이다.

그때마다 양육자는 한때는 부부였던 그 또는 그녀의 흔적을 찾아 전국을 다니며 또다시 이행명령을 시작으로 감치명령까지 반복해야한다. 그 사이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흘러가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며 양육비는 물론이고 소송비용까지 감당하는 건 온전히 양육자의 몫이다. 늘 그렇듯 시간은 양육자가 아닌 양육비 미지급자의 편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서’라며 끝까지 버틴 이들은 힘겹게 감치명령에 형사고소를 거쳐 드디어 나쁜 부모를 법정에 세우지만,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재차 좌절해야 했다.

실제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첫 형사판결이 선고된 2023년 7월부터 최근까지 총 8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됐지만, 이번에 3월 실형을 선고한 사건 외에는 모두 벌금형 내지 집행유예를 받았거나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기각 판결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양육비 4천만 원을 미지급한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전력질주로 법원 담장을 뛰어넘어 도망친 사건은 그 단적인 예다.

그렇기에 양육비 미지급을 이유로 실형 3월을 선고한 이번 법원의 판결은 사뭇 감격스럽다.물론 양육비 미지급자가 지금껏 굴착기 기사로 일하며 급여를 모두 현금으로 받았음에도 10년 넘게 1억 원 가까운 양육비를 주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양육자가 심장 수술을 받으며 건강이 좋지 않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다는 사연을 감안하더라도, 이제 ‘1억 원 정도의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실형을 산다’는 메시지가 세상에 전파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양육비 문제가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건 아픈 진실이다. 양육비를 받고자 모든 조치를 다했음에도 더는 방법이 없어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게 바로 형사고소다.

그렇기에 양육비 관련 사건은 미지급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을 넘어 실제 양육비 지급까지 이어지도록 형벌의 위하(威하)적 효과까지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실형 3월이라는 형량은 보석 신청을 하거나 적어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선처받기 위해 당장이라도 돈을 마련해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동기나 유인을 주지 못한다. 양육비를 주느니 차라리 징역을 살자고 마음먹기에 딱 좋은 수준이다.

만약 비슷한 액수를 횡령·배임했다면 징역 1년을 전후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이 보통으로, 이 정도 형량이라면 가해자는 어떻게든 피해 변제를 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 형사사건이 재산범죄 수준을 넘어 아동학대 성격까지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토록 낮은 형량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어쩌면 ‘징역 1년 이하’라는 낮은 법정형과 양형기준조차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일 것이다.

적어도 ‘양육비를 안 주면 큰일 난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심어 주도록, 더 나아가 양육비 문제로 형사고소하는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인지 양육자들의 고단한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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