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CG)./연합뉴스
GTX-A (CG)./연합뉴스

지난달 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일부 개통돼 운영에 들어간 가운데 지방 상권 수요가 서울로 이동하는 ‘지방경제의 블랙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역상권에서 이어진다.

GTX를 이용하면 동탄에서 수서까지는 21분 걸리고, 운정에서 서울역까지는 18분 만에 도착해 이동편의 증진에 따라 서울 중심지로 소비 집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경기도내 각 지역 상인회 등에 따르면 GTX 역세권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서 GTX 개통으로 인해 오히려 서울로 문화·편의시설 등 소비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GTX-A노선이 지나는 성남역에 위치한 판교상인회 전금자 회장은 "소비력이 있는 젊은층이 비교적 대형 쇼핑몰이 몰린 서울 등으로 쏠릴 것으로 본다"며 "GTX 노선에서 상권까지 이어지는 분당만의 거리를 조성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역 차원에서 그러한 노력이 전혀 없다"고 했다.

종점인 동탄역이 위치한 동탄상인연합회 윤석복 회장 역시 "서울에 더 많은 즐길거리가 있는 만큼 GTX 개통으로 전체적인 이용자가 늘어나 좋은 영향을 예상하면서도 우리 상권의 이용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 개통 초기인 만큼 상황 변화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처럼 빠르고 편리한 간선 교통시설 보급으로 서울 이동이 쉬워 자칫 지방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권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은 예전에도 제기됐다.

단국대학교 정책과학연구소가 2010년 내놓은 정책 과학 연구 내용 ‘전철 개통이 아산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이 같은 현상을 ‘지방경제의 블랙홀’이라고 지칭하며 부정적으로 표현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08년 전철 개통 이후 충남 아산역 이용 승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당초 역세권 방문 수요가 늘어 지역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아산시 기대와는 달리 인근 천안이나 수원으로 이동 수요가 더 많았다고 조사됐다.

2011년 한국지역개발학회가 발간한 ‘전철 개통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도 간선교통시설 확충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중심성이 약한 도시에서 중심성이 강한 도시로 인구나 상권이 유출되는 ‘빨대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GTX 개통에 따른 지역상권 위축을 막으려면 노선이 위치한 각 지역 지자체가 경제 활성화와 문화 특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종연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 연구원장은 "KTX 노선 운행 이후 광역시 단위의 문화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각 지자체들이 적극 나서 특색 있는 문화 요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