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현 인천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경위 
서대현 인천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경위 

갈수록 교통사고 보험사기 범죄가 지능화·조직화해 증가하는 가운데 1조1천억 원 규모의 전체 보험사기 피해액 중 고의 교통사고로 지급되는 비용은 1천600억 원(전체 규모의 14.3%)에 달한다(금감원, 2023년 기준)고 한다. 가해자는 부정하게 보험금을 수령해도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사회 일각에 자리잡은 ‘보험금=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교통사고 보험사기 범죄를 더욱 부채질한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보험사기 범죄는 주로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는 차량을 표적으로 하는데, 진로 변경 시 차선 미준수(60.2%), 교차로 통행 방법 위반(13.3%), 일반도로에서 후진(6.3%) 등 피해자의 과실 비율이 높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금감원, 2022년 기준). 

그밖에도 일방통행로에서 역방향으로 운전하는 차량을 고의로 충격한다거나,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를 발견하면 급정거를 해 사고를 유발하는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차 안에 둔 고액의 물품이 파손됐다며 보상을 요청하는 등 수법도 날로 진화한다.

고의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은 과실 비율 산정에서 불리한, 소위 ‘을’ 지위 때문에 사고 유발자 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의 사고가 의심된다면 경찰, 보험사에 신고해 정식 조사를 요청하고 현장 사진, 블랙박스 자료를 별도로 보관해 추후 발생할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 

교통사고 보험사기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아는 경우가 많지만, "꼬리가 길면 반드시 잡힌다"는 말처럼 많은 범죄자들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를 통해 처벌 받는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고의 교통사고 범죄는 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반대로 말하면 교통법규를 잘 준수한다면 고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현명한 운전자’가 돼야 한다. 고의 사고 범죄가 성장할 수 없는 토양을 만들어 간다면 범죄는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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