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일이다. 특정 지역구는 상반기 재·보궐선거와 동시에 치른다. 

대한민국 국회는 4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따라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만 18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해졌다. 전국동시지방선거와 달리 외국인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피 성년후견인, 공직선거법 위반자, 금고형 이상 형벌을 받은 자 중 그 형이 실효되지 않은 자 역시 피선거권이 없다. 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은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권은 없고 비례대표 투표권만 있다.

현대 선진국 대부분의 정치체제는 민주주의에 기반을 뒀다. 그러나 같은 민주주의라도 이념과 사상을 공유할 뿐 나라마다 각기 다른 정치구조와 선거제도를 가졌다. 세계 각국은 어떤 선거제도를 운영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케냐

케냐는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63년 12월 12일 독립했고, 1년 뒤 공화국을 선언했다.

케냐는 새 법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때 투표용지에 바나나와 오렌지 그림을 그렸는데 찬성하는 사람은 바나나 그림에, 반대하는 사람은 오렌지 그림에 표시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이유는 케냐의 문맹률이 70%로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드럼통에 구슬을 넣어 투표하는 감비아.
드럼통에 구슬을 넣어 투표하는 감비아.

# 감비아

감비아는 문맹률이 높은 나라다. 따라서 사표 발생을 막기 위해 1960년대부터 유리구슬 투표를 도입했다. 

투표 시작 전 유권자들에게 투표용 드럼통이 비어 있음을 확인시키고, 유권자는 투표용 구슬 한 개를 받아 원하는 후보자의 사진이 부착된 드럼통에 구슬을 넣어 투표한다.

# 이집트와 타이완

이집트는 투표용지에 후보자들의 얼굴 사진을 모두 크게 인쇄해 유권자들이 사진을 보고 투표하게끔 했다. 이 역시 높은 문맹률 때문으로, 이집트의 문맹률은 50%나 된다. 

이밖에도 글자가 너무 어려워 문맹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후보자 이름과 함께 사진이나 그림을 병행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타이완과 터키,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있다.

타이완은 한문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정당 로고를 함께 넣어 투표용지가 거의 90㎝에 달하기도 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모두 투표용지를 컬러로 제작해 인쇄비가 선거비용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 일본

일본은 선거인이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적는 ‘자서식 투표’를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이름과 정당명을 직접 투표용지에 적는 방식이다. 

번호가 아닌 풀네임을 적는 방식이라 성이나 이름을 잘못 적거나 빼먹는 경우뿐 아니라 아예 후보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을 적거나 두 후보의 성과 이름을 섞어 기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성이 같은 후보에게 0.5점, 이름이 같은 후보에게 0.5점으로 점수를 반씩 나눠 매긴다.

호주 기표소.
호주 기표소.

# 호주

호주의 투표율은 90% 이상으로 민주주의 국가 중 투표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높은 투표율이 나오는 이유는 ‘의무투표제’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만 18세 이상 시민은 반드시 선거인 명부에 등록해야 한다.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 20달러를 부과한다. 벌금을 내지 않으면 재판을 받는다. 

또 선거는 통상적으로 토요일에 실시하는데, 선거일에 많은 단체들이 투표소에 간식과 먹거리를 제공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민주주의의 소시지라고도 불리는 호주 핫도그다.

# 브라질 

브라질 역시 의무투표제 국가다. 의무적으로 선거에 참여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브라질은 선거일이 시작되는 자정부터 투표가 끝나는 시점까지 술 판매를 금지하는 ‘임시금주령’을 선포한다. 술 먹고 투표를 빼먹는 일이 없도록 미리 방지하는 셈이다.

이밖에도 의무투표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멕시코, 싱가포르 그리고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멕시코는 한 번 투표에 불참하면 은행과의 신용거래가 1년간 금지된다. 싱가포르는 한 번만 투표에 불참해도 다음 해부터 아예 투표에 참가할 수 없도록 참정권을 박탈하는 방식을 취한다. 베네수엘라는 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하고 해외여행을 나가지 못하게 제재를 둔다.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 해발 2580m에 설치한 투표소.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 해발 2580m에 설치한 투표소.

# 이탈리아

의무투표제를 도입하는 나라가 있다면 자유를 주는 나라도 있다. 이탈리아는 투표 참여를 국민 선택에 맡긴다. 대신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을 우려해 정부는 해외 근로자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투표한 사람에게 3시간의 업무 휴식을 제공하는 등의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의 ‘프레세나’라는 빙하지역은 해발 2천580m에 달하는 곳으로, 이글루 모양의 투표소가 설치된 독특한 장면을 볼 수 있다.

# 필리핀

필리핀은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손가락 표식을 활용한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마치고 손가락에 최대 2주간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묻혀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신분증 도용으로 한 사람이 두 번 이상 투표하는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했다.

코스타리카에서 모의 투표를 하는 어린이.
코스타리카에서 모의 투표를 하는 어린이.

# 코스타리카 

커피와 라파스 폭포정원으로 유명한 코스타리카는 만 3세부터 12세 사이 어린이들도 선거하는 날에는 수도 산호세의 어린이박물관에서 성인과 같은 방법으로 투표를 한다. 어린이 선거 결과는 개표할 때 방송을 통해 공개하지만 실제 선거에는 반영하지 않는 모의 투표다. 이러한 행사는 어릴 때부터 선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정치인들에게는 미래 유권자의 표심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

대선 투표하는 이란인들.  /연합뉴스
대선 투표하는 이란인들. /연합뉴스

# 이란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 건설 이래 2천500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나라로 대통령제의 공화정이지만 최고 통치권은 국가지도협의회와 헌법수호위원회에 있다. 국가 수반과 국회를 국민의 직선·결선투표로 선출하는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비밀투표를 시행하지 않는다. 이란의 투표소에는 시야를 막는 가림막이 없을뿐더러 유권자끼리 의논도 할 수 있는 공개투표를 시행한다.

# 프랑스

도장이나 기명투표 방식을 이용하면 무효표가 간혹 생긴다. 심지어 일부러 모든 칸에 도장을 찍거나 후보자 이름을 엉뚱하게 써 기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사표를 줄이기 위해 이미 인쇄한 투표용지 중 마음에 드는 후보를 선택해 투명한 투표함에 넣는 방식을 고수한다.

# 홍콩

홍콩의 선거 방식을 보면 자판기를 떠올린다. 홍콩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하면 해당 후보가 표시된 투표용지가 인쇄되고, 인쇄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방법으로 투표한다.

인도 투표 장면.
인도 투표 장면.

# 인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는 많은 인원을 감당하기 어려워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여러 개 버튼이 일렬로 나열되고, 버튼 옆에 해당 정당을 상징하는 그림과 글이 적혀 있다. 유권자들은 버튼을 눌러 후보를 선택한다.

#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본인의 투표권을 타인에게 위임할 수 있다. 대리인은 자신을 포함해 최대 3표까지 행사 가능하다. 이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실제 네덜란드는 75∼80%대 높은 투표율을 보인다.

# 미국

우리나라 투표소는 보통 관공서나 학교에 설치하지만 간혹 해당 지역에 이러한 시설이 없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식당, 자동차 대리점 같은 민간 시설에 이색 투표소를 설치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고도 400㎞ 상공에 우주투표소를 설치한 적이 있다. 1997년 나사본부가 있는 텍사스주 의회에서 우주비행사도 법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지상 관제센터가 ISS(국제우주정거장)에 전자 투표용지를 전달하면 암호화 전자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해당 선거구 사무원에게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정병훈 인턴기자 jbh99@kihoilbo.co.kr 

사진=<선관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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