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접전지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한 표라도 더 확보하려는 후보들의 애처로운 선거운동이 주말을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이다.

경기도 최고 접전지로 점쳐지는 성남분당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 그룹인 김병욱 후보와 윤석열 정부에서 참모를 지낸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이자 사전투표일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성남 분당 곳곳을 누빈 두 후보의 열띤 선거전에 동행해 봤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가 6일 성남 중앙공원에서 글귀를 요청한 청년에게 글을 적어주고 있다.

# 김병욱 "함께 잘사는 나라"

민주당 김병욱 후보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 유세차와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는 대신 ‘걸어서 분당 속으로’ 행보를 선언하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주민들 애로를 새겨듣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박빙 구도로 형성된 지지율 추이에 대해 오히려 그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봄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첫 번째 공략 대상이 됐다. 김병욱 후보는 이날 분당지역 스포츠클럽을 시작으로 분당중앙공원과 율동공원을 오전과 오후 일정으로 택했다.

공원 일대에서 "투표를 꼭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이는 김병욱 후보에게 시민들은 "어제 투표했다. 반드시 승리하길 바란다", "지지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이바지해 달라" 등의 말을 건네며 응원했다.

일부 시민은 그에게 먼저 다가가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으며, 앳돼 보이는 청년은 사진 촬영 뒤 글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함께 잘사는 나라, 청년이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글을 적어 선물했다.

중앙공원에서 몸이 불편한 한 시민은 김병욱 후보에게 "이재명 대표를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지했지만 실망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에는 민주당의 근본을 지켜 달라. 잘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율동공원에서 만난 시민은 조심스럽게 "자신은 국민의힘 당원이지만 이번만큼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보수 정당을 믿지 못하겠다"며 "선거가 끝나고 우리 같은 젊은층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김병욱 후보는 공원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살이 많이 빠져 미남이 됐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잘 생기지 않았느냐"며 친근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양지마을 재건축 주민 간담회와 순회 인사, 성남시 주택관리사 간담회 일정을 이어 가면서 윤석열 정부 심판의 최적임자를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총선은 정책과 비전으로 대결해야 한다"며 "주민들을 부지런히 만나 얘기를 잘 듣겠다. 분당 발전을 책임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민의힘 김은혜 성남분당을 후보가 6일 구미동 탄천 황톳길에서 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인사한다.

# 김은혜 "주민의 꿈을 현실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역시 이날 선거 음악이 나오는 유세차에 타기보다는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지역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민심을 듣는 데 집중했다.

오전 10시 50분 구미동 탄천의 황톳길을 찾은 그는 입구 수돗가에서 한 아이의 발을 씻겨 줬고, 이후 하얀색 바지를 걷어 올리고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면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은혜 후보는 만나는 시민마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김은혜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고, 시민들은 "힘내세요", "꼭 당선되셔야 해요", "저번에 뵀는데 또 뵙네요.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일부 시민들은 김 후보가 다가가기 전부터 "김은혜 후보님, 파이팅입니다", "이미 투표했어요. 꼭 이기셔야 합니다"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김은혜 후보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고, 두 발의 뒤꿈치는 다 까져 빨간 상처가 나 있었다. 시민들은 김 후보에 "전에 봤을 때보다 목이 더 쉬었다. 목 관리를 잘해야 한다", "발 상처 때문에 아플 듯싶다. 밴드를 붙여야겠다"며 걱정 어린 응원을 건넸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TV를 보면 우리나라 정치가 걱정돼서 늘 한숨만 나온다"며 "김은혜 후보가 꼭 당선돼서 이 나라 정치를 바로 세웠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는 동행 취재진에게 접전 분위기 속 선거 유불리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며 "유세 기간 못 만나는 분들도 중요한 주민이다. 마음속 판단보다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분당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재건축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며 "분당 주민들이 품었던 꿈과 미래를 현실로 추진력 있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혜 후보는 진심을 담아 작성한 편지를 취재진에게 소개했다. 분당을 유권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긴 이 손편지에는 "쉰 목소리로 힘들게 손 잡을 때 따뜻한 희망을 말씀하시고,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도록 등 두드려 주신 주민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기억하며 분당의 미래를 열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 분당의 도약을 외치는 믿음의 후보 김은혜에게 힘을 주십시오"라는 당부를 담았다.

박건·김기웅 기자woo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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