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국내 이륜차는 자동차의 한 종류이면서도 외면한 분야로 전락했다. 공로상에 함께 운행하는 자동차 종류이면서도 사각지대로 남아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이륜차는 산업도 없고 문화도 후진적이고 낙후된 분야로 남았다.

수십 년 전에는 대림혼다와 효성스즈끼라는 일본과 기술합작사 형태로 이륜차 제작사가 존재했으나 이미 수년 전 국내 이륜차 제작사는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수입품에 의존하는 형태가 됐다. 전기이륜차 제작도 마찬가지다. 이륜차 산업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이륜차 문화도 다른 분야 발전에 대비해 가장 낙후돼 이륜차 관련 사고도 많고, 교통법규 등 제대로 된 선진 이륜차 문화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배달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혁신적이라고 하나 이면에는 ‘길이 아니라도 좋다’는 무법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교통법규를 지키는 이륜차를 발견하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횡단보도를 보행자와 함께 건너는 건 기본이고 중앙선 무단 유턴, 보도 위를 달리는 이륜차를 보는 건 흔하다. 

연간 이륜차 사망자는 400명을 훌쩍 넘는다. 하루 한 명 이상 사망하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 명에서 5천 명 정도로 줄었고, 지난해 약 2천800~2천900명 정도 줄었다. 물론 아직 OECD 선진국 대비 높은 상황이지만 감소세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륜차 사망자 수는 생각 이상으로 크게 높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국내 이륜차 산업과 문화 모두 가장 낙후된 후진국가라고 단언한다. 

국내 이륜차 제도는 일반 자동차 등록제도와 달리 사용신고제도로 돼 있다. 느슨하고 관리적 측면에서 가장 구멍이 많은 상황이다. 사용신고제도부터 정비제도, 검사제도, 보험제도, 폐차제도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제도도 없는 상황이다. 말소신고만 하면 산이나 강에 폐차 이륜차를 버려도 된다. 

국내 이륜차의 정확한 대수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규제만 있고,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만 팽배했다. 선진국과 같이 이륜차도 자동차의 한 종류로 관리하고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이륜차가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달리지 못하는 국가다. 그렇다고 무작정 달리라는 게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의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고배기량 이륜차를 대상으로 시험·적용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배달용 오토바이는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배기량이 높은 이륜차는 아예 자동차 등록제도로 편입해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고가의 고배기량 이륜차는 사용신고제도로 돼 있어서 저당 등 재산 가치 인정을 받지 못하나 자동차세는 꼬박 내는 책임만 부여하는 상황이다. 

이륜차 폐차제도도 정립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일정 비용을 붙여 이륜차를 판매하는데, 일정 비용을 공공기관 등에서 보관하다가 해당 이륜차가 폐차할 경우 소유자에게 지불, 폐차장에 가져오게 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반면 국내는 이러한 유사 제도 자체가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정부나 국회는 물론 관련 단체 노력도 없다. 국회의 경우 예전에는 필자를 주축으로 정책 토론회 등을 했으나 최근에는 표가 되지 못하다 보니 외면하고 관련 토론회 자체도 없어진 지 오래다. 피해의식이 큰 경찰청은 말할 필요도 없고,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도 형식적인 노력만 보이고 실질적인 자세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배달 업종은 활황이지만 속살은 썩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폭주족 문제는 이륜차 문제가 아닌 청소년 문제로 접근해야 하고, 배달업 문제는 이륜차 문제가 아닌 배달업종 문제다. 

과연 우리나라에도 이륜차 문화가 선진형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이미 이륜차 산업은 도태됐으나 노력 여하에 따라 전기이륜차 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 노력이 필수적이겠다. 이륜차 문화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선진국의 훌륭한 사례는 많고, 한국형 선진 모델로 구축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선진형 이륜차 문화가 가능하다고 계속 강조한 필자로서는 한번 기대해 볼까 한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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