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내일이다. 이번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때가 있었나 싶다. 정권 심판론과 당대표 심판론 중 어느 게 먹힐지 아직도 예측이 어렵다. 지금 이 순간도 무려 55곳에서 초박빙으로 치열하게 접전 중이다. 그럼에도 내일 이후 우리 앞에 펼쳐질 상황은 의문의 여지 없이 명료해 보인다. 어떤 경우든 여소야대 형국은 필연적일 듯싶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승리했다는 게 아니다. 물론 정부의 물가정책과 의료정책, 대통령실의 인사관리는 실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선거 막판에 줄줄이 터져 나온 네거티브 폭로전도 이러한 판세를 바꾸지 못할 듯하다. 오히려 도덕적으로 흠결이 많고, 이미 유죄판결까지 내려진 대표를 둔 야당이 제3세력으로 정치 무대에 깜짝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그 이유를 찾아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볼 때 올바른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이번 선거는 ‘부정적 이미지와 국민 저항감이 어느 쪽에 더 크게 작용했는가’로 결정나는 네거티브 게임에 가깝다. 선거 과정에 노출된 정치인들의 언어와 슬로건, 여론조사 결과 추세를 봐도 대동소이하다.

유권자의 투표 성향이 부정적 당파성, 즉 지지 정당에 대한 선호보다 상대 정당에 대한 반감이 더 크고 강렬하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은 부동표조차 더 나은 대안을 찾기보다 더 싫은 쪽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자업자득이다. 진영 갈등이 양당 정치세력에 의해 양극화·고착화된 탓이 크다. 이런 집단 세력화 틈에서 당파적 분열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게 조국혁신당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의 책임성과 대표성을 구현하는지 걱정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절차적 결함은 결과의 수긍을 어렵게 한다. 결과의 수긍이 어려우면 선거 후 포용과 통합이 힘들어진다. 이번 선거도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제도적 결함이 컸던 준연동형제 하에서 정치 양극화와 네거티브 일변도로 선거 캠페인이 진행됐다. 결국 어떻게 결정되든 결과의 수긍은 어렵고 정치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야권 정치인들은 정치 면죄부로 활용할 것이고, 정부와 여당은 상대방에 대한 도덕적 혐오감을 증폭시키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 요원해지는 건 정치 개혁과 국민 화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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