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태 안산단원경찰서 수사과 경위
전영태 안산단원경찰서 수사과 경위

영화 ‘보이스’에서는 "보이스피싱은 사람들의 무식과 무지를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것"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서민경제를 파탄시키는 대표적 악성 사기로, IT·금융 인프라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반사회적 범죄다. 

최근 3년간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금액은 1조7천654억 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관공서 사칭과 금융 대출사기로 끊임없이 변종하며 진화했다. 이로 인한 서민들의 경제적 손실과 심리적 고통,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이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낭떠러지에 이르게 한다.

우리 주위에 가족·지인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거나 피해를 봤다는 사례를 보면 보이스피싱에 대해 몰라서 당한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고, 그것을 하지 않으면 피해를 볼 듯싶은 불안함에 교묘히 이용당한 셈이다. 

경찰도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들과 협력해 피해 예방 대책을 실시간 보완하지만 보이스피싱은 한번 당하면 다시 회복할 수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려면 첫째, 경찰·검찰에서는 전화나 문자로 범죄에 연루됐다고 금전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둘째, SNS와 메신저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개인정보나 금전을 요구 시 유선으로 대상자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절대 입금하면 안 된다. 

셋째, 메신저 프로필에 빨간 지구본이나 다른 나라 국기가 있는 경우, 출처 불분명한 인터넷 링크로 연결되는 것은 메신저 피싱이니 주의해야 한다.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시티즌 코난’ 앱을 설치해 전화 가로채기 앱, 금융기관 사칭 앱, 불분명한 악성 앱 등을 차단하는 것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가는 부정 계좌 원스톱 지급 정지제도를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금융기관과 포털업체는 개인의 정보자료를 최소로 수집하고, 개인정보 저장 시 암호화해야 한다. 

경찰청도 한국인터넷진흥원·포털업체 등과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 다크웹 등 불법 사이트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와 수법을 국민이 쉽게 이해하도록 언론매체를 통해 실시간 자막방송으로 홍보해야 한다.

요즘 보이스피싱 범죄는 국경을 초월해 자행되는 국제 범죄로, 홍콩·영국·캐나다 등 10개국에서는 고도화·지능화되는 피싱 다변화에 맞춰 국가 차원의 피싱 전문 TF 통합신고센터와 범죄분석 전담팀을 설립·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 12월부터 범정부 기획단을 운영해 메신저 피싱이 2년 연속 감소하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보이스피싱으로 피해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조직 수거책이나 전달책으로 가담한 데 대한 죄책감과 억울함에 결국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우리 사회를 교란하고 서민경제를 파탄시키는 파렴치한 경제적 살인자다. 이런 살인자가 두번 다시 우리 사회에 발을 못 붙이도록 살인죄와 같은 중형을 적용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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