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7시께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수출2단지에서 발생한 불로 승용차와 컨테이너가 전소했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곳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 불안감이 커진다. 더욱이 수출단지에서 자동차를 무단 해체·절단하는 불법행위가 만연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7시께 연수구 옥련동 중고차수출2단지에서 불이 나 컨테이너 2개와 차량 1대가 전소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은 산소절단기로 작업을 하다 불꽃이 튀면서 불이 났다고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 불안한 가슴 또 쓸어내리다

8일 오전 10시께 찾은 화재현장에는 전날 타다 남은 컨테이너와 전소된 차량에서 발생하는 코를 찌르는 메케한 냄새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발화 현장에는 좁은 간격으로 수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고, 인화성 물질과 함께 불에 잘 타는 가연성 내장재들이 널브러진 상태였다.

중고차 수출 대행업체 관계자 A씨는 "용접기로 쇠파이프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작은 불꽃이 컨테이너로 튀어 그 안에서 발화가 시작됐다"며 "컨테이너 특성상 안에서 화재가 나도 밖에서는 한참 있다가 보이기에 몰랐다가 갑자기 크게 번졌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을 지속 요구해 온 주변 지역 주민들은 2021년 1월 19일 차량 100여 대와 컨테이너 11개가 소실된 화재 사건을 기억하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번 화재도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컨테이너 내부로 옮겨붙은 것인데, 초기 진압이 지체됐다면 현장에 빼곡히 주차된 차량과 다른 업체 컨테이너까지 불이 번질 수 있던 상황이었다.

정보현 연수구의원은 "2011년 이후 10년간 70번이 넘는 화재가 발생할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한 곳"이라며 "차량에 휘발유와 같은 화재에 취약한 요소들이 많아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고, 주거지와 인접해 주민들 안전을 위한 특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만연한 불법 차량 절단 작업

연수구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불법으로 차량 절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 한 달간 벌인 단속 결과를 토대로 무등록 차량 해체 업자와 업체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사항으로 적발한 것인데, 공교롭게 전날 오후 화재가 났다.

구와 중고차업계는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차량을 컨테이너에 싣거나 부품 해체를 위해 절단 작업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해체하면 안 되는 차량의 주요 부품인 원동기, 차체, 승차장치 등을 해체 절단해 컨테이너로 외국에 보낸 뒤 현지에서 재조립하는 방법으로 운송비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절단 작업에는 용접용 산소절단기가 주로 사용된다. 소방은 이날 불도 산소절단기 사용 과정에서 났다고 추정한다.

8일 현장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해체 작업을 한 게 아니다. 주변 시설물 제작 과정에서 용접기 사용 부주의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구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단지 일대는 해외 중고차 무역상 등이 밀집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지역이다"라며 "무허가 불법 해체 작업을 하는 수출업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뿐 아니라 관련 업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안내와 홍보활동을 펼쳐 스스로 업무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인희·손민영 기자 sm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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