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창사한 삼성전자의 첫 파업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일명 전삼노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임금교섭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2만7천458명 가운데 75.94%인 2만853명이 참여, 97.5%인 2만330명이 찬성해 법적으로 보장된 쟁의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쟁의 찬반투표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뭇 상황이 달라 보인다. 쟁의행위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힘을 받아 전삼노는 "임금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권이 법적으로 확보됐다. 삼성전자 창립 이후 처음 쟁의행위에 돌입하게 됐음을 알린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오는 17일 화성 DSR 타워에서 1천 명이 모여 평화적 쟁의 행위에 나서겠다고까지 했다. 현재까지는 전면 파업이 아닌 평화적 시위다. 

전삼노가 이렇게까지 나선 것은 임금 인상이 주된 목적이다. 전삼노는 5%대 인상을, 사측은 4% 인상을 제시한다고 알려졌다. 1%가량 차이를 줄이는 임금협상은 불가피하다. 임금 협상 형태는 더 달라는 노측과 덜 주겠다는 사측 간 힘 겨루기다. 합의가 잘 되면 건강한 회사가 되는 것이고, 결렬되면 파업에 파업이 꼬리를 물다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 파국을 맞는다.

삼성전자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후자를 걱정해 노조 없는 회사를 만들었다. 삼성전자 창립이 55년 된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반세기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사측도, 노조도 변해야 하며 그 변화상은 삼성이라는 품격에 맞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동안 노사문화가 어떠했든 전 세계인이 한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고 할 정도로 그 위상은 국제적이다. 55년 만의 파업 전운이 새로운 삼성전자의 미래를 여는 훈풍이자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첨단 국제기업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하며 삼성전자 노사협상을 지켜보고자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