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혜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중앙부처에 따라 이주배경 주민을 지칭하는 용어가 다르다. 행정안전부는 외국인 주민이라는 표현을 쓰며, 법무부는 체류 외국인이라 지칭한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도 행정안전부는 외국인 주민 자녀, 교육부는 다문화학생,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근거해 해당 법에서 정의하는 아동·청소년에 대해 다문화가족 자녀로 분류한다.

용어의 다름은 이들이 지칭하는 대상 역시 일부 상이할 수 있음을 알려 주며, 이는 이들을 마주하는 현장에 많은 혼선을 가져오기도 한다. 여성가족부에서 지칭하는 다문화가족 자녀는 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과 일부 상이하며, 따라서 정책을 추진하는 부처가 어디냐에 따라 특정 사업·서비스 대상이 다를 수 있다. 예로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다문화가족 자녀 대상일 때 같은 학교·학급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 학생이라도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명시된 다문화가족의 자녀가 아닐 경우 사업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용어와 개념의 불일치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여 주기도 한다. 한국에 장기 거주하며 뿌리를 내린 많은 이들을 우린 여전히 외국인 주민, 장기체류 외국인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이들을 구분하고 대상화한다. 물론 정책 편의를 위해 특정 집단을 구분 짓고 정의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까지 ‘외국인 주민’, ‘장기체류 외국인’, ‘귀화자’ 등의 이름으로 불려야 하는가? 결혼이민자는 언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민자로 인식돼야 하며, 난민은 언제까지 난민이어야 하는가? 북한이탈주민은 언제까지 북한이탈주민이어야 하는가? 

몇 년 전 한국의 유명한 가수가 타임스지에 글을 기고하고 CNN과 인터뷰했던 영상이 화제였다. 인터뷰 내용 중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내용은 미국 태생 아시아인 다수가 여전히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나요?"라는 질문을 일상에서 경험하며 "당신 영어 실력이 좋군요"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받는다는 부분이다. 즉, 수백 년의 이주 역사를 가졌음에도 많은 아시안 미국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미국인’이 아닌 ‘이방인’, ‘우리’가 아닌 ‘그들’로 인식됨을 알려 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사회 일부로 살아가는 많은 이주배경인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2021년 발표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다문화수용성은 기존 조사 결과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 문화에 대한 포용, 이해, 존중 등을 내포하는 수용성 점수가 하락 추이를 보였으며, 특히 타 문화 출신 사람과 교류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크게 하락했다. 또한 타 문화 출신 사람은 한국 문화에 일방적으로 동화해야 한다는 사고 수준 역시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종합적 다문화수용성 수준 하락은 코로나19 여파로도 해석 가능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 성인의 타 문화에 대한 존중, 이들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관점, 이주배경 구성원과의 교류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배타적임을 알려 주기도 한다. 동시에 여전히 우리는 많은 경우 이주배경 구성원을 우리 일부가 아닌 외국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려 주기도 한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대상과 사물을 구분 짓고 분류하려는 행위가 자칫하면 소외와 배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적 분류를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 사용하는 많은 용어가 현장에서 이들의 삶을 구분하고 분류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어떤 이주배경인은 ‘난민’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가 정해지고, 어떤 이주배경인은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가 제한되기도 한다. 

이런 분류는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정체성과 위치를 결정 짓기도 한다. 난민은 난민으로, 결혼이주민은 결혼이주민으로,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이탈주민으로 계속해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입증해 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며, 사회는 이들의 정체성을 한 개 ‘단어’로 제한하고 이에 맞는 삶을 강요하기도 한다. 

행정적 분류와 서비스 대상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는 행위와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이들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고 강화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사용하는 말과 표현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이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이들은 난민이어야 하며 북한이탈주민이고 귀화자여야 하는지, 언제 어떻게 이런 꼬리표 없이 그냥 한국인이 될 수 있는지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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