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원자폭탄 피해자를 지원하고자 구성한 ‘원폭 피해자 지원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에 처했다. 위원회 구성에 말썽이 생기는가 하면 피해자 지원사업 역시 공전을 거듭한다.

9일 도에 따르면 자체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를 통해 원폭 피해자 복지·건강에 관한 체계적 지원을 심의·자문하기 위한 기관인 경기도 원폭 피해자 지원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원폭 피해자 대표 ▶전문가와 지원단체 ▶도의원 ▶관계 공무원 등 15명 이하 인원으로 구성, 2019년 10월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원폭 피해자들은 도가 조례만 제정했을 뿐 지원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피해자 대표가 임기 만료로 위원회에서 제외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최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당연직 위원장으로 선임되는 경기도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 탓에 조례상 명시된 임기조차 채우지 않아 정상적인 위원회 운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 조례에 따르면 원폭 피해자 단체 대표인 박상복 경기도 원폭피해자협의회장은 이미 2년 임기와 연임 기간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10월 위원 자격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은 조례상 위원회 구성 인원 중 일원인 원폭 피해자 대표임에도 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위원회가 6개월가량 개회되지 않으면서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도의 지원사업도 부실 운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는 조례에 따라 원폭 피해자 추모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지만, 피해자 단체가 지난해 8월 제안한 총 1억8천여만 원 규모 추모행사에 대해서는 수개월간 답변을 하지 않아 원폭피해자 지원에 대한 도의 의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박 회장은 "성의 없는 조례 제정도 문제지만 원폭 피해자에 대한 도의 관심 자체가 없다시피 하다"며 "위원회 운영 문제와 지원사업 내용을 전달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소통조차 없는 게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원폭 피해자 단체와 면담을 하고 위원회 구성과 지원사업에 대해 대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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