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인천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이태희 인천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기호일보가 인천시교육청의 ‘읽·걷·쓰’ 사업에 부응해 마련한 어린이 글쓰기 교실 ‘글 쓰며 놀아요’ 프로그램이 지난 3월 22일 시작해 4월 5일까지 두 차례 열렸다. 여기에는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스물두 명의 어린이가 참여하는데, 두 차례 강의에서 진행한 ‘글 쓰며 노는 여덟 가지 방법’과 참가 어린이들의 글을 소개한다.

첫날 강의에서는 ‘글쓰기 정의하기’, ‘끝말 잇고 글쓰기’, ‘문장 이어쓰기’, ‘자신이 잘 아는 어떤 방법 소개하기’를 진행했다. 맨 처음 놀이는 "글쓰기는 □다"라는 문장을 주고 ‘□’ 안에 넣을 말과 그렇게 말한 이유를 몇 줄로 적어 보는 활동이었다. ‘□’ 안에 "손이 아프다"거나 "재미없다"고 적은 어린이들도 있었지만, 상당수가 ‘기쁨’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민수현(연송초 3년)학생은 "글쓰기는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 내 마음에 있는 감정이 노래처럼 줄줄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재밌고 뿌듯합니다"라고 표현했다. ‘표현의 기쁨’이 주는 재미를 잘 드러냈다.

조별로 ‘끝말잇기’를 한 뒤 여기서 나온 낱말들을 넣어서 개인별로 글 쓰는 활동에서는 "원숭이-이야기-기타-타조-조랑말-말고기-기차-차 한잔"이라는 끝말잇기 후에 "제주도에서 원숭이랑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타조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춤을 추고, 조랑말은 흥이 나서 뛰어다니다 사냥꾼에 잡혔다. 결국 말고기가 됐다. 말고기를 먹고 기차를 타고 차 한잔하면서 집에 갔다"(연송초 3년 민동우)는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어 주어진 문장에 조원들이 돌아가며 한 문장씩 잇는 활동을 했다. 4학년들이 모인 ‘판다’조는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문장에 이어 "아빠의 방구", "엄마의 방구", "한라산 폭발", "날아간 지구" 등으로 이어지는 익살스러운 글을 쓰기도 했다. 

첫날 마지막 활동은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어떤 방법을 골라 쓰는 것이었는데 ‘내 방과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방법’, ‘바둑 두는 법’ 등이 돋보였다.

두 번째 강의에서는 ‘책 소개 글쓰기’, ‘N행시 쓰기’, ‘상상 글쓰기’, ‘그림 보고 쓰기’ 등으로 이어 갔다. 「지옥의 섬 군함도」를 읽고 쓴 정재인(인천해원초 5년)학생은 "무섭고 끔찍하다"는 한 줄 느낌과 "어머니와 나는 맘껏 소리를 내며 울고, 또 울었다"는 인상적인 문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N행시 쓰기’에는 ‘식목일’, ‘기호일보’, ‘인천광역시’, ‘글 쓰며 놀아요’ 등을 제시했는데, "식물에게/ 목 빠지게 물 줬더니/ 일찍 자랐다"는 조아라(송원초 3년)학생의 삼행시, "글 쓰는 건/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며칠 동안 그 한 작품을 위하여/ 놀지 않고 생각하며/ 아침, 저녁 계속 노력하며/ 요술처럼 멋진 작품을 만들며 계속 노력하면서 하는 것이다"라는 김도연(인천송원초 6년)학생의 육행시가 돋보였다.

내가 ‘로봇·고양이·강아지·부모님·선생님·대통령’이라면 하고 상상하는 글쓰기에서는 선생님과 대통령이 된 것을 상상한 글쓰기가 많았는데, 그중 김윤홍(인천학익초 3년)학생의 ‘내가 만약에 대통령이라면’은 "학원을 없애겠다. 5주에 한 번씩 모든 교시를 전통놀이(바둑, 윷놀이)를 하는 것으로 하겠다"는 등의 공약으로 채워져 재미있게 읽었다.

끝으로 ‘그림 보고 쓰기’에서 하이디 홀더의 ‘까마귀의 소원’ 한 장면을 보고 "이 그림을 보고 까마귀가 왜 저 멀리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 생각에는 까마귀는 가족을 잃은 것 같았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까마귀 옆에 메뚜기가 앉아 있었는데 일부러 안 먹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한 것이었다"는 반재하(부개서초 3년)학생의 글이 눈에 띄었다.

어린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고 했지만, 아이들의 순수하고 솔직하며 발랄한 감성으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벌써부터 5월에 이어질 ‘시인이 될래요’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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