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오 용인담당 국장
우승오 용인담당 국장

‘4·10 잔치’(?)는 그렇게 끝났다. 결과는 독자들이 본 대로, 들은 대로, 아는 대로다. 

이 글이 활자가 돼 지면으로 나올 때면 이미 볼 장은 다 본 뒤다. 4년마다 서는 ‘총선장’은 철시를 하느라 여념이 없으리라.

이문을 꽤나 남긴 장수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콧노래를 흥얼거릴 테고, 공친 장수는 바람 빠진 풍선인형처럼 풀이 죽겠지.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야단법석이겠지만, 정당 대표나 대변인들의 몇 줄 논평이나 생계형 평론가들의 제 논에 물 대기식 해석 따위로 유권자들의 속내를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여하튼 한동안은 영광스러운 얼굴, 더구나 진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간직하면서도 연극 같은 승리를 낚아챈 당선자에게 조명이란 조명은 죄다 비출 테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꼭 짚고 넘어가고픈 대목이 있다. 바로 불출마에 대한 개념 정리다.

불출마라고 다 같은 불출마가 아니다. 사실 불출마는 ‘안 출마’와 ‘못 출마’로 엄격하게 구분해야 오해가 없겠으나, 세인들은 이 둘을 뭉뚱그려 그저 불출마로 에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안 출마’는 ‘못 출마’에 가려 억울하기 이를 데 없는 처지가 되기도 하고, ‘못 출마’는 ‘안 출마’ 뒤에 숨어 마치 ‘선당후당’의 아이콘인 양 우쭐대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떤 이는 ‘안 출마’를 ‘못 출마’로 몰아가려고 용을 쓴다.

당대표에게 밉보여 공천 받을 가능성이 없어 선수를 쳤다느니, 검찰 캐비닛에 뭔가가 있다느니,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이름이 있다느니 하며 삼류 지라시 소설을 마구 써 재낀다.

제아무리 삼류 소설이라도 구성 3요소인 인물·사건·배경은 갖춰야 하건만 그럴 리 만무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기자가 활동하는 용인에만 해도 22대 총선에 ‘안 출마’한 현역 국회의원이 2명이다.

3선 김민기(용인을)의원과 초선 이탄희(용인정)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못 출마’였다면 ‘장본인’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였을지 모르지만 ‘안 출마’여서 그들은 ‘주인공’이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이 4·10 총선에 출마를 선언했다면 예선인 당내 공천 경쟁에서 물을 먹거나 본선에서 쓴잔을 마셨을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한데도 그들은 당당하게 ‘안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입버릇처럼 하던 "여분의 삶이다. 너무 멀리 왔다. 3선도 지나치다"는 말을 그저 실천했을 뿐이다. 그말고는 달리 고려한 바는 없다. 이면 따위는 애시당초 없었다. 주변의 허탈감과 안타까움은 본질이 아니다.

정치 평론가들의 깜냥으로야 이해 불가겠으나 그는 늘 그랬다.

용인시의원에 당선한 뒤 곧바로 여권을 말소한 그에게, 노래방 근처에도 가길 꺼리는 그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그에게, 공직을 수행하는 내내 1년에 두 차례씩 급여를 통째로 기부한 그에게 ‘못 출마’라는 굴레를 씌우려는 불순한 시도를 경계하고 또 경계한다.

당대표와 소원하다고 했던가. 전동킥보드가 하도 어이가 없어 짝다리 짚을 소리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22일) 김 의원은 당 선대위 유세단장을 맡아 방방곡곡을 누볐다. 이름하여 당시 ‘유세 로드’는 자동차 미터기 기준으로 자그만치 8천㎞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삼천리(1천200㎞) 화려강산이니 상상을 해 보시라. 게다가 김 의원은 지방에서 잠을 잔 적이 없기에 후보보다 유세 로드가 더 길었다. 이랬던 김 의원이 ‘안 출마’를 선언한다는 소식을 들은 당대표 반응이 어땠겠는가. 낯간지러워 말하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이 의원은 또 어떤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지 않았나. 팩트 폭격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오죽하면 차기 대권 후보 반열에 이름이 오르내릴까. 

공식 선거운동 기간 그의 행보를 보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다. 표창원 의원 트라우마가 남아 먹튀 논란도 있었지만 단언컨대 언어도단이다. 이 의원이 도대체 뭘 먹었고 언제 튀었단 말인가. 소신을 관철할 다른 방법이 없었겠느냐는 아쉬움이야 여전히 남지만 그렇다고 그의 ‘안 출마’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4·10 잔치’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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