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노 후미아키 작가의 배(Ship) 2012년 作.

엄미술관은 2024 기획 초대전으로 아오노 후미아키의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를 6월 8일까지 연다.

‘무지(無知)의 기억이 열리다’는 아라리오 갤러리 전시 ‘환생, 쓰나미의 기억(2014년 4월 24일~6월 1일)에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아오노 후미아키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아오노 후미아키는 일상적인 오브제 예술화 과정으로 사물이 가진 고유한 시간성을 파헤치며 사물에 내재한 일상, 감정, 기억 등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복원한다.

그는 과거 기억을 현재와 공존하고 중첩해 알려지지 않고 존재조차 의식되지 않았던 ‘무지(無知)의 기억들’을 소환해 ‘지금, 바로 여기’ 이 장소에 생동감 있게 엮는다. 다소 기이하고도 흥미로운 융합은 여전히 매우 생명력 있게 다가온다.

2011 동일본 대지진 참사는 아오노 후미아키의 창작 여정에서 빼놓지 않는 하나의 큰 사건으로, 초인적인 자연력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재건하는 대신 작가는 지각 대이동과 흔들림으로 낯선 장소에 떠밀려 온 수많은 사물에 결합과 변용 방식으로 위로를 건넨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설치작품 중 일부는 지진 재해 후 수습한 물건들을 매체로 하며, 대표작 중 하나인 ‘배(Ship, 2012)’는 재해 지역인 이시노마키에서 수집한 폐선을 활용한 작품이다. 난파돼 쓰임을 다한 폐기물로 전락한 배를 탁자가 이끌어 주고 서랍장이 받쳐 준다. 각각의 기억과 시간을 가진 변형되고 부식된 파편들의 집합체는 삐걱거리지만 자신과 무관한 사물들에 서로 의지하며 예술이라는 제2막의 서사를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는 조형물 외에도 빛바램, 부식, 얼룩 등 시간의 흔적과 연장(extension), 복원 흔적이 공존하는 평면 오브제들, 콜라주를 활용한 사진 작업, 드로잉이 포함된다.

김주현 학예사는 "아오노 후미아키는 사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을 노골적으로 파헤치고 복원과 변용 과정으로 사물을 환생시킨다"며 "사물을 자연 지배를 받는 위치로 되돌리고 자연 순환구조 속으로 회귀하려 하는 그는 상상력과 새로운 관점으로 관객들에게 무지의 기억을 선사하며 대화를 유도해 나간다"고 했다.

엄미술관은 화성시 봉담읍 오궁길 37에 위치하며, 관람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이인영 기자 li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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