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선거 기간 내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그중 단연 고단함이 짙은 이들은 바로 공무원이었다.

본투표 현장에는 투표관리관과 투표사무원 등 전국적으로 총 13만9천여 명이 투입됐다. 돌발 상황을 대비해 경찰과 소방, 투표참관인까지 입회해 투표 과정을 감시했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되고, 각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보관했던 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도 참관인들 감시 아래 경찰이 호송했다.

개표소에는 총 7만6천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개표참관인들은 공개모집을 통해 일반인을 선정하고, 각 정당 후보자가 선정한 참관인들도 함께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오전 6시부터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고 개표 현장에는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과 소방인력까지 동원됐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는 1995년 이후 투표지 분류기와 심사 계수기를 도입하면서 없어진 수검표 절차를 재도입했다. 

지난 선거에서는 분류기로 후보자별 투표지를 100장씩 분류하면 계수기에 넣고 집계하는 방식으로 개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류기로 1차 분류한 뒤 2차 계수기에 넣기 전 개표사무원이 일일이 육안으로 투표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한 것이다.

또 역대 최장 길이로 분류기에 들어가지 않는 비례대표 투표지는 전량 수검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개표 당시 기자가 찾은 개표소 현장에서는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신중하게 분류 작업을 펼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느려지는 손가락에서 그들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선거사무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며 식사 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한다고 한다.

앞서 총선 사전투표 때는 남원시청 공무원이 쓰러져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다.

사전투표가 진행된 5~6일 이틀 동안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투표소로 향해 5시까지 준비를 마치고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한 뒤 7일 아침에 쓰러져 세상을 떠난 것이다.

가장 민주적인 선거를 위해 투명하고 공정성을 강조한 선거 방식이 공무원들에게는 비민주적인 노동과 희생을 강요한 건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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