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호학(好學)의 성인 공자는 일찍이 ‘유교무류(有敎無類)’를 내세워 가르침에는 차별(差別)이 없어야 함을 설파하고 손수 실천했다. 「논어」 ‘위령공’편에 나오는 이 말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배움의 문이 개방돼 있다는 공자의 교육관을 잘 드러낸다. 일견하면 별로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교육이라는 것이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시대에 ‘차별 없이 교육한다’는 것은 혁명적인 생각이었다. 실제로 공자는 학비로 건포(乾脯, 쇠고기나 물고기를 저며 말린 포) 한 묶음만 내면 어떤 계층의 그 누구라도 제자로 받아줬다고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에 처했을 때 유사 이래 전면적으로 감염 방지를 위해 온라인(비대면) 수업에 돌입했다. 이때 가정환경 차이에 따라 큰 문제점이 부각됐다. 바로 ‘교육 격차’ 발생이었다. 예컨대 환경이 좋은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 기간을 사교육과 외부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 집중 학습 기간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여건이 안 좋은 학생들은 교육 공백, 돌봄 공백에 방치됐다. 뒤늦게 이를 인식한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육력 회복’을 부르짖으며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들을 추진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뜻 있는 기업들은 이러한 사회문제화된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활동을 지속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동아일보(2024년 4월 4월 A23) 기사 "‘환경 달라도 배움엔 차별 없도록’ … 꿈나무에 햇살 비추는 기업들"에 따르면 회계법인 삼정KPMC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문해력 교육과 청소년 경영경제 교육을 후원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금융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마스크 착용에 의해 말하기, 듣기 능력 저하가 심각해지면서 문해력을 향상시키고자 집중했다. 또 OB맥주는 ‘행복도서관(해피라이브러리)’ 사업을 통해 지방 11곳의 행복교육 인프라를 제공하고 각종 교육자재와 도서를 무상 배부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아동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전문성을 가진 분야를 아동 교육과 연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2022년 시작한 SK의 ‘행복얼라이언스 스쿨’은 사회공헌 네트워크를 통해 역량과 전문성을 활용해 아동 학습과 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또 우리 산업의 1등 공신이자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분야 지식을 전수하기 위한 ‘특수가스교실’ 콘텐츠를 제공해 관련 직업 정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밖에 ‘미래를 그리는 도화지’와 ‘출동! 분리배출 히어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행복한 그린 스쿨’을 통해 대기·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기업의 구성원과 대학생들이 강사로 참여해서 초등학생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교육 콘텐츠 전문 제작 업체 및 지역아동센터 등과 협업을 증대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과도 활발한 소통을 이루는 성과를 내기도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기업은 세계적인 추세와 시대의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탁월한 역량을 소유했다. 그러기에 기업의 이러한 교육활동은 미래 세대들을 위한 교육으로도 매우 필요하고 의미가 있다.

우리 교육은 이제 교과서 위주 지식 암기나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에서 탈피해 ‘삶을 위한 교육’이자 ‘삶의 힘을 키우는 교육’으로 관심과 정책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더 많은 미래 세대에게 환경·생태교육을 전파하고 전 세계의 시대적 커다란 관심사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이 그것이다. 더불어 청소년들이 빈부 격차 없이 누구나 다양한 직업교육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은 매우 필요한 시대적 과업이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들과 교육당국의 다양한 교육 콘텐츠 개발과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산학 협력은 더욱 가치 있고 또한 적극 권장할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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