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로 대표되는 국민의힘이 제22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그냥 패배가 아니라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과반을 확보했으며,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연합하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200석에 육박하는 최대 190석을 넘나든다.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서울 48곳 중 37곳, 경기 60곳 중 53곳, 인천 14곳 중 12곳을 확보하며 수도권 전체 122석 중 102석을 싹쓸이했다.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거셌다.

이번 총선의 화두는 ‘심판’이다. 국민의힘이 ‘야당 심판론’을 앞세웠지만 자신들을 향한 ‘정권 심판론’의 궁색한 방패에 불과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물가에 국민들의 한숨 소리가 온 나라를 울리고 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은 민심을 흔들었고, 국정 운영 동안 계속된 ‘제 식구 감싸기 식’ 거부권 행사로 민심은 싸늘히 식어 갔다. 여기에 국민의 온전한 목소리조차 듣지 않겠다는 소위 ‘입틀막’이 이어졌고, 대통령은 기자회견조차 떳떳이 나서지 못하고 소통을 거부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으로 국민의힘이 반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지없이 싹을 잘랐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협박 발언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등 보란 듯이 민심에 역행하며 불통 행보를 이으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냉정히 따져 보면 민주당 압승은 국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좋다기보다는 윤석열 정부를 표로 심판하지 않고서는 국민적 불안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반대급부 성격이 짙다. 민주당도 싫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선택할 수 없었던 국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민주당을 선택지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환호성을 지르고 기뻐할 때가 아니다. 국민의 싸늘한 선택이 다음에는 민주당으로 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모두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이번 선거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정책으로 제시해야 한다. 다시 민주주의의 기본부터 몸에 익히고 실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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