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가평군 산악수상관광 정책 발굴을 시작한 지 5년이 흘렀다. 가평군은 대부분 산림지역이고 북한강이 인접하기 때문에 ‘자연을 기반으로 경제를 꽃피우는 군정’을 추진하려면 차별화된 산악수상 관광정책이 필수다. 게다가 산과 강이라는 특별한 자연생태자원을 대상으로 난마처럼 얽힌 규제를 풀어 나갈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보니 행정절차와 예산 획득은 몹시 어려운 과제다. 

해마다 정부 관광전략회의 분석 결과를 기초로 새로운 관광정책을 발굴해 보고회를 했다. 가평군 관광산업 환경과 관광업 종사자 통계를 기초로 관광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호명산·호명호수 일대 산악수상관광 전략사업 설명 단계에서 색다른 의견이 나왔다. "예산을 관광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나눠 주는 게 더 낫겠는데요!"

순간 회의장은 적막이 흘렀고, 보고자는 혹시 그게 더 설득력이 있는 거 아닌가 싶은 혼란에 빠져 엉거주춤,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마무리했다. 

2019년 경기 정책 공모에서 성과를 얻은 경험이 있는 터라 후속 사업인 산악수상관광 예산 획득에 도전했지만 계속 고배를 마셨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각종 공모사업 방식과 절차도 바뀌었다. 끈질기게 관광정책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산악수상관광 전략사업에 대해 북을 치고 노래 부르듯 소리를 냈다.

경기도 북부청 지역균형발전 부서에 예산을 신청하고, 지역 국회의원에게도 현안보고를 했다. 전문가 토론을 거쳐 민간자본 투자유치를 위한 회심의 일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예산 획득 희망은 흐릿해지고, 관계자들의 관심도 점차 멀어졌다. 

그동안 여섯 차례 관광정책 아이템을 발굴하고 관광지 개발 지식을 습득한 덕분에 다른 지자체 관광정책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경험치를 전수했다. 청주시 관광정책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아 일정 기간 활동도 했다. 그러는 사이 지역 관광산업 생태계는 차츰 수준이 향상됐고,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산악수상관광 개념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계도됐다. 

최근 경기북부 대개발 관광 콘텐츠 발굴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수도권에 속해 각종 규제로 개발이 가로막힌 가평군은 관광레저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인구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때문에 MZ세대 위주 관광트렌드에 최적화하도록 관광산업 생태계를 전환해야 한다.

축구 경기에서 아무리 멋진 플레이를 해도 골을 못 넣으면 성과가 없듯이 관광정책 역시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평군은 ‘우공이산’의 교훈을 본받아 끈기를 갖고 관광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산 근처에 살던 우공이라는 노인의 집 앞을 거대한 산이 가로막아 불편했다. 가족들에게 "우리 힘을 합쳐 저 산을 옮기자!"라며 아들, 손자와 함께 산을 파기 시작했다. 지게에 흙을 지고 바다에 버리고 돌아오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이웃 사람이 "멀지 않아 죽을 사람이 왜 무모한 짓을 하느냐"고 묻자 웃으며 말했다. "내가 못하면 내 아들이, 내 아들이 못하면 내 손자가 반드시 저 산을 옮길 것이오!" 이를 엿들은 산신이 상제에게 달려가 부탁했다. "우공이 필시 북산을 파서 바다에 버릴 것이니 우리를 보호해 주십시오!" 상제는 북산을 남동쪽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 줬다.

우공이산.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포기하지 않는 자가 성공한다는 의미다. 비록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 지금 시작해 놓으면 누군가 결실을 맺을 것이다.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언젠가 가평군은 대한민국 최고 산악수상 관광레저도시가 될 것이다.

5년 전 산악수상관광 활성화 정책보고회 때 예산을 차라리 관광업 종사자들에게 나눠 주는 게 더 낫겠다고 하던 분은 은퇴 후 호명산 근처에서 전원생활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도 그때 의견에 변함이 없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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