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장순휘 정치학박사

손자는 손자병법 시계편(孫子兵法 始計篇)에서 "병자(兵者) 국지대사(國之大事) 사생지지(死生之地) 존망지도(存亡之道) 불가불찰야(不可不察也)"라 하여 "국가안보는 국가의 큰 업무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요, 존망이 달린 길이니 신중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대전에서 국력(Naional Power)의 개념은 군사력(Military Capacity)을 의미하며, 국가의 전략적 자원(Strategic Resource)의 변환력(Conversion Capacity)을 유사시 실제 역량(전투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한다. 즉, 총력전(Total War)을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가용한 인적·물적·정신적 자원을 배비(配備)하는 업무가 바로 손자가 일찍이 예견한 ‘병자(兵者)’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평시에 전쟁수행능력(War Capacity)을 위한 인적 양성과 물적 비축을 통제하고 운용하는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 특히 전쟁을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전쟁지속능력(War Sustainability)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능력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국가는 군·관·민 일체감으로 상무정신을 가슴에 품고 유비무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전쟁의 수행은 누가 하나? 군인들이 하는 것이다. 각국이 보유한 병력 숫자는 인적 자원의 계량적 보유를 의미하고, 잠재적 병력으로 예비군 전력(Reserve Forces)을 총망라한 숫자를 의미한다. 이 군대를 지휘하는 전문직업군인이 양성되는 곳이 육·해·공군·간호사관학교를 포함한 학군장교단(ROTC), 3사관학교, 학사장교단, 간부사관 등이다. 

결국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전쟁은 우수한 장교집단 보유가 중요한 의미를 안고 있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진해 육사개교식전에서 눈시울을 적시며 "이제 되었구만!"이라고 말한 의미는 국가를 지킬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감격의 한마디였다. 이것이 ‘상무정신’이다.

그런데 최근 군의 상무정신을 비하하는 한 정치인의 막말이 저잣거리를 뜨겁게 달궜다. 그의 발언 가운데 "지난해 9월 유튜브 ‘스픽스’에서 국군과 육군사관학교 등을 비하하며 한국 군대가 헌법정신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6·25전쟁 당시 다부동에서 국군 제1사단이 북한군 3개 사단을 상대로 국가존망 위기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서 대승을 거뒀다는 것은 전사에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더욱이 백선엽 사단장이 ‘장군 돌격’이라는 불퇴전의 투혼으로 승리했던 ‘다부동대첩’을 비군사전문가인 그가 "다부동전투는 사실상 패전이다"라고 폄훼했다는 것은 몰상식의 극치와 귀태(鬼胎)임을 보여 준다.

그리고 ‘육사’에 관해 "육사는 기회주의적 속성만 늘어나게 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성장하지 않았나"라는 망언도 창군(1948년)과 개교(1946년) 이래 있을 수 없는 모욕으로 육사총동창회가 후보 사퇴 성명을 냈을 뿐만 아니라 법적 대응도 고려하려는 등 군심(軍心)을 들쑤셔 놓은 듯한 여론이 비등(沸騰)하다. 

특히 군심(軍心)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과 육사총동창회 등 민간안보단체가 성명을 내고 해당 후보의 왜곡과 편견으로 국가안보의 공적 군조직을 향한 비하는 심각한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탄했다. 이번 일은 총선에서 나타났지만 우리 사회가 경계해야 할 상무정신 훼손 망언이기도 하다.

이 시간에도 휴전선을 포함한 전후방, 영공과 영해에서 국가안보에 헌신하는 군장교들에 대해 과연 적절한 평가였다는 말인가? 소위 사학을 전공한 지식인으로서 이 정도 수준으로 근현대사의 시각과 국가관이라면 교수직도 재고해야 한다. 

알고 보면 국회의원처럼 조건과 자격에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공무원도 없다. 9급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채용 과정도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려운 자격 여부를 이 잡듯이 검증하지 않은가? 그런데 민주주의 제도 하에 최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만은 전과(사기, 음주운전, 성추행, 사칭, 도박 등)와 비윤리적·반국가적·반사회적·반역사적·반민주적 온갖 부적격자들이 버젓이 공천을 받고 국민 위에 군림(君臨)하겠다고 달려드는 난장판이 총선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민주사회의 모순을 엿볼 수 있다.

작금의 막말 파문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상식을 벗어난 망언으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상무정신(尙武精神) 훼손으로 기록될 것이다. 나라가 있어야 막말할 자유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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