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맥도날드 춘식이 인형이 2만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14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맥도날드 춘식이 인형이 2만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맥도날드 매장 여러 곳을 들렀는데 전부 품절입니다."

춘식이 인형을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구하려다 실패한 이모(32)씨는 14일 한숨을 쉬며 이처럼 말했다.

한국맥도날드와 카카오프렌즈는 지난 12일 한정판 ‘춘식이 팩’을 출시했다. 고구마튀김과 음료(M), 한정판 춘식이 인형 1종(총 4종)으로 구성한 상품이다.

춘식이 팩은 출시와 동시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매장 곳곳에서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 씨처럼 품절에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에 반해 당근마켓, 중고나라와 같은 중고 물품 거래 플랫폼에는 춘식이 인형을 판매한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판매 가격은 2만5천~3만 원 선으로 애초 가격(1만2천900원)의 2배 수준이었다.

물품을 다량 구매한 뒤 재판매하는 이른바 ‘리셀러’들이 올린 물량이다.

앞서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 먹태깡 때와 같은 현상이다.

이는 소비자의 가치소비 심리를 기업이 한정 판매와 같은 마케팅 전략으로 공략, 프리미엄화를 촉진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과의 교류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이 무한한 애정을 주고받을 대상으로 귀여운 캐릭터를 선택한 것"이라며 "포켓몬 빵, 춘식이 팩 등 캐릭터에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는 많은데 공급이 제한돼 프리미엄화를 촉진한다"고 했다.

소비자 심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지적도 했다.

이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리셀링 행위를 비난하긴 어렵지만, 소수의 사람이 다량의 재화를 선점하는 건 문제"라며 "순수한 소비자의 마음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만큼 건전한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아침부터 줄을 선 김모(28)씨는 "개점 전부터 줄을 섰지만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며 "앞에서 20~30개씩 대량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구자훈 기자 h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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