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의 한 비건(Vegan) 여부 심사 기관인 이브(EVE)가 국내 협력업체와 함께 쓰는 사내 웹하드 비밀번호를 ‘dog24cn’으로 설정하는 등 혐한 행위를 한 행적이 불거지면서 국내 비건 화장품업계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14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브는 2019년 4월부터 광명시에 위치한 A업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비건 인증 요청을 접수해 심사하고 있다. 이브와 A업체의 계약 기간은 2029년까지였다.

A업체에 따르면 그간 이브의 인증을 받은 국내 기업은 600여 곳이다. 인증 받은 제품은 화장품이 대부분이며, 4천∼5천여 개에 달하는 국내 비건 화장품 인증 가운데 절반가량인 2천여 건의 인증을 진행하는 등 국내 비건 화장품 인증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했다.

그러나 이브가 이달 1일 A사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이브가 과거 ‘혐한’ 행위를 한 행적이 밝혀지면서 이 업체의 인증을 통해 그간 홍보해 왔던 국내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A업체는 이브가 지난해 8월부터 사내 웹하드 비밀번호를 ‘dog24cn’으로 설정해 사용토록 했다며, 일방적인 계약 해지 이유가 이브 측의 ‘혐한’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A업체는 ‘dog’는 개, ‘24’는 항상 또는 언제나, ‘cn’의 경우 프랑스어로 한국인을 의미하는 ‘Coreen’의 줄임말로, 비밀번호가 ‘항상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이다.

직원들은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해당 비밀번호를 사용해야 했으며, 직원들 항의에도 이브는 수개월이 지난 이후에서야 비밀번호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브의 비건 인증을 받아 사용하는 도내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해당 비밀번호는 인종차별로 지적하면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기 딱 좋은 정도의 교묘한 수준"이라며 "이브는 밖으로는 ‘K-뷰티’를 내세우며 장사해 놓고 속으로는 혐한 행위를 했다. 국내 비건 화장품업계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는 4천528곳, 책임판매업체는 2만8천15곳이다. 이 중 경기도는 제조시설이 1천761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책임판매업체의 경우 8천743곳으로 서울(1만940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위치해 있다.

기호일보는 이와 관련한 답변을 받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이메일을 통해 이브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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