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끝났다. 누구는 짜릿한 승리감을 맛봤고, 누군가는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셨다.

전체 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나와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이 험난하리라 예상된다.

방송 3사 출구조사는 민주당 계열 178~197석, 국민의힘 계열 85~105석으로 예측했으나 개표 결과는 민주당 175석, 국힘 108석으로 나왔다.

예측 결과와 개표 결과가 다른 곳은 18개 선거구로 나왔고,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 경합을 벌였던 지역구 중 민주당 우세를 점쳤다가 국민의힘으로 뒤집힌 곳은 15곳이었다.

제3자 눈으로 봐도 하룻밤 새 뒤집힌 결과를 접했을 때 황당한데 후보자나 선거캠프 관계자들 속내는 오죽했으랴.

기자도 그날 취재 차 출구조사 결과가 뒤집힌 지역구 선거캠프에 머물렀고,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지켜봤다.

해당 캠프는 6.3%p 차로 뒤처진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접했고, 다들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여기저기 수군대기 시작하더니 이내 많은 이들이 자리를 떴다.

상대 후보 측에 나가 있던 기자는 ‘축제’라는 말로 캠프 분위기를 전했다.

캠프 관계자는 기자에게 벌써 진 듯이 패배 원인을 털어놓기도 했으나, 뚜껑은 열어 봐야 안다는 뻔한 말로 위로를 건넬 뿐이었다.

오랜 기자생활을 했던 동료도 출구조사가 6%p 이상 차이 나면 뒤집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진다고 점쳐졌던 후보가 개표 초반부터 앞서 가기 시작하더니 자정께 당선 유력으로 바뀌었다. 

이보다 몇 시간 전부터 승리의 냄새를 맡은 캠프는 들떠 있었고, 최종 개표 결과는 1천여 표차 진땀나는 승리였다.

그 사이 두 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맛봤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 기분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언론은 이번 출구조사 예측이 빗나간 원인으로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31.28%)을 꼽았다. 선거법상 사전투표 출구조사는 불가능한 탓이다.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출구조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출구조사를 단지 재미로만 보기에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후보자들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