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 사상가의 궤적과 철학적 개념을 탐구하는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의 첫 권으로 「의상(義相·정병삼 저)」과 「위정척사(衛正斥邪·노대환 저)」를 발간했다.

의상은 한국 불교사상의 핵심인 화엄사상을 개창한 인물인 의상(625년~702년)을 다룬 책이다.

그는 국내에서 수학하고 당에서 유학하고, 7세기 신라불교를 선도했다.

고려와 조선에서도 깊이 있는 사상으로 인정받았고, 한국 불교사에서 보기 드물게 시대를 초월해 널리 추앙받는 인물이다.

책은 의상과 화엄사상이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져 왔고,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 조명한다.

위정척사는 조선시대 서양 세력의 침투에 맞서 유교문화와 가치를 수호하고자 한 위정척사 사상을 다뤘다.

18세기~19세기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사상은 그동안 개인과 학파별로 나눠 지엽적으로 연구해 왔다.

책은 18세기 후반 척사론에서 1900년대 국권회복운동까지 이어지는 사상의 흐름을 깊이 있게 살폈다.

사유의 한국사 첫 번째 시리즈인 두 책은 외래사상을 주체적으로 승화한 회통(會通) 구조와 시대의 격변 속에서 융합과 조화를 추구한 사유를 보여준다.

세대와 성별, 신분, 빈부 등의 차이로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상황에 놓여 있는 현대 한국 사회에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과 상생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제시한다.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는 지난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전신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사상사대계(6권)」의 맥을 이어 더 깊고 넓게 나아가고자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야심차게 준비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향후 10년간 총 100권으로 완성되며 원효와 정도전, 이익, 실학, 예학 등 30여 주제가 집필 중이다.

올해는 박지원과 이색 등 사상가와 호락논쟁, 양명학, 서학 등의 사상을 다룬 5개 책이 출간된다.

기존 연구 성과를 총 망라해 특정 이론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객관적으로 서술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문화강국으로서의 자국의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편찬사업(중국사상가평전총서·200권/일본사상대계·67권)을 일찍부터 완수했다"며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5천 년 역사 속에 우수한 사상과 전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한국 사상은 일부 학문 분야에서만 다뤄졌을 뿐 거시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는 편찬사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를 사로잡는 한류의 위상을 확고히 하려면, 한국 사상과 문화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편찬사업은 더 이상 미루지 못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한국구비문학대계 등을 편찬하며 쌓은 기획력과 발간 경험 등으로 바탕으로 사유의 한국사를 기획·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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