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의혹이 제기된 프랑스의 비건(Vegan) 심사 기관인 ‘이브(EVE)’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국내 협력사가 비건 인증 업무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1년 6개월 주기로 진행해야 하는 이브의 비건 인증이 수개월가량 지체되면서 이브의 비건 인증을 바탕으로 판매해 왔던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5일 기호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브는 지난 1일 국내 협력사인 A업체에게 ▶PETA(동물 실험 여부 확인 프로그램) 인증 진행 등 비건 계약 독점 조건 불이행 ▶행정적 결함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A업체는 PETA 인증은 이브와 계약하기 이전인 2017년부터 진행한 사항일뿐더러, 행정적 결함 사유 역시 각 화장품업체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갱신이 이뤄지는 구조이기에 계약 해지는 부당하는 의견을 이브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각 화장품 업체의 비건 인증 지원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이브 측은 11일 국내 다른 업체와 함께 7월께 비건 인증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당장 비건 인증 유효기간 만료를 앞둔 화장품 제조업체들로서는 인증 중단 기간 졸지에 인증을 받지 못한 제품을 팔아야 할 처지가 됐다.

이브의 비건 인증을 받았던 화장품업체 관계자들은 "당장 이브 측이 인증 업무를 처리한다 해도 국내 협력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 인증이 지체될 우려가 크다"며 "이브가 인증 사용 기한을 연장해 줘도 새로운 국내 협력사가 밀린 인증을 제 시간에 해 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채식연합은 이브의 혐한 행적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비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미칠 것을 우려해 내부 검토를 통해 조치를 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이브가 국내 협력업체와 비밀번호로 사용했다는 ‘dog24cn’라는 문구는 개고기 먹는 한국인으로 해석될 충분한 여지가 있어 적절치 못하다"며 "자칫 비건에 대한 인식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되는 만큼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기자회견이나 이브 측에 대한 서한 전달 등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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