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의 꽃다운 생명들이 차가운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지 10년이다.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이 배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교사 14명을 비롯해 일반 승객 등 476명이 타고 있었다. 오전 8시 49분께 침몰하기 시작한 세월호에서 구조된 이는 172명이다. 희생자 친구들과 가족, 현장 관계자는 물론이고 수많은 국민이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시간이 약이었지는 모르겠지만, 무심한 시간은 흘러 남은 이들은 물론이고 트라우마에 빠졌던 이들도 저마다의 생활로 적응해 가며 세월호 상처도 적당히 무뎌졌다. 이제 진도항으로 이름을 바꾼 팽목항 주변에도 노란색 유채꽃이 곱게 피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되살린다. 지난 15일부터 일부 국민 가슴에는 다시 노란 리본이 달리기 시작했고, 4·16 기억교실을 찾는 발길도 줄을 이었다. 교육청과 사회단체 등의 추모행사도 여기저기서 열렸다. 소셜미디어나 SNS에도 당시 생존자가 생생한 기억을 되새기고 많은 셀럽도 추도의 글과 영상을 올리며 그날의 아픔을 같이했다. 진도항에도 수많은 추도객이 찾아 먼 바다를 바라보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한다. 

왜 우린 세월호를 놓아 주지 못할까?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먹먹하고 한없이 미안하고 여전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어른들의 불찰이요, 욕심이 참사의 발단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관리하지 못한 전형적인 인재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국민안전처를 출범시켰고,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발표했고, 부랴부랴 학교안전사고 예방계획을 수립했고, 교육청에 학교안전사고 예방·대책 전담부서를 설치했고,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의거한 안전교육 실시 등 요란법석한 대책을 내놓았다.

잘 지켜지고 있을까?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학교안전사고는 매년 10만 건을 넘으며, 2022년 기준으로는 15만 건에 육박했다는 게 교육당국의 발표다. 학생 수는 매년 감소하는데 학교안전사고는 증가하니 아이러니다. 큰 사건이 나면 언제나처럼 허둥지둥 이것저것 대책이라고 내놓고는 잠잠해지면 나 몰라라 하는 당국의 전형적인 행태 때문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세월호를 되새기는 국민 가슴을 헤아려 정부는 그동안과 확연히 다른 안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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