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연속극 '애정의 조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는 이 드라마의 19일 전국시청률이 42.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주말연속극의 일일 전국 시청률이 40%대를 기록한 2001년 10월 7일 MBC 주말연속극 '그여자네 집'의 41.2% 이후 처음이다.

'애정의 조건'은 최근 은파(한가인)의 혼전동거 사실이 남편 장수(송일국)에게 알려지면서 시청률 급상승을 보였고, 지난 19일 방송분(54회)에서는 이 사실이 시어머니(윤미라)에게까지 전해지면서 은파가 집을 나가는 과정을 방송해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여자의 과거'라는 다소 통속적 소재를 다룬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우선 극중 갈등 요인인 혼전 동거 등이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동거문화에 노출돼 있고 이에 대한 여성들의 의식 또한 개방적으로 변했지만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결혼제도에서 혼전동거는 여전히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여성 시청자들이 이 문제를 자신의 현실문제로 인식하면서 드라마의 진행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

'애정의 조건' 연출가 김종창 PD는 "시대가 변했어도 여성들이 은파의 경우에 직면하면 특별한 대처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내용을 '내 입장'으로 받아들이면서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정의 조건'처럼 현실문제를 다룬 드라마는 최근 몇 년 간 많은 인기를 모았다.

주말연속극으로 '애정의 조건' 이전에 40%대의 전국시청률을 기록했던 '그 여자네의 집'이 그것. 이 드라마는 가난한 집 장남과 부잣집 여자의 결혼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두 사람이 진정한 가족의 일환으로 흡수돼 가는 과정을 그렸다.

'애정의 조건'의 작가 문영남 씨의 이전 작품인 KBS 일일연속극 '노란 손수건'도 미혼모가 결혼하면서 불거질 수 있는 자녀의 호적 문제를 직접 다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12월 여성부가 주최하는 제5회 남녀평등 방송상 대상 (대통령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애정의 조건'의 또 다른 성공 이유는 전통적인 '신파조'의 접근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정서에 익숙한 '눈물 짜는' 연기로 시청자의 관심을 계속 붙잡고 있다는 것.

드라마 모니터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민우회의 강혜란 사무국장은 "'애정의 조건'의 또 다른 주인공 금파(채시라)가 이혼하면서 아이를 남편에게 빼앗긴 시점에서도 금파가 아이가 그리워 밤에 소주를 마시며 울부짖는 장면을 방송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번 은파의 경우도 '과거 있는 여자는 무조건 죄인'이라는 설정으로 여전히 신파조의 접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신파조의 접근으로 은파의 혼전동거와 더불어 공평하게 다뤄져야 할 남편 장수의 혼전 문란한 성 생활이 깊이 다루지 않아 여자의 과거는 문제이나 남자의 과거는 용인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치관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고 강 사무국장은 덧붙였다.

KBS는 앞으로 남은 6회분을 통해 은파의 혼전 동거 문제가 남편 장수의 이해와 사랑으로 극복된다는 내용으로 드라마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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