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감각파 연출자로부터 동시에 찍힌 행운아가 있다. 영화 '화양연화', '2046'의 왕자웨이 감독 덕분에 중국 드라마 주연을 맡았고, 한국에서는 MBC TV 드라마 '다모'의 이재규 PD가 연출한 단막극을 통해 국내 드라마 주연 데뷔를 했다.

주인공은 신인 배수빈.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업계의 장인'들의 손을 거치며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막극 한 편의 주연을 맡은 게 이력의 전부인 그가 30일 첫 방송하는 SBS TV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윤정, 연출 최윤정)에서 덜컥 주연급으로 발탁됐다.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고수 박정아 박예진과 함께 주요 멜로 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사실 배수빈이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된 데에는 왕자웨이 감독과 이재규 PD의 도움이 컸다.

우선 왕자웨이 감독 덕분에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지인을 통해 우연히 왕자웨이 감독과 연이 닿은 그는 2001년 왕자웨이 감독이 운영하는 중국 매니지먼트사 프로젝트 하우스와 계약을 했다. 왕자웨이 감독이 "대성할 자질이 보인다"며 적극 계약에 나선 것.

"매니지먼트 계약 후 중국 베이징에서 연기 연습을 하다가 2002년 CCTV 30부작 드라마 '기억의 증명'에 캐스팅됐다. 2003년 초까지 찍은 '기억의 증명'은 11월 말이나 12월 초 중국에서 방송된다.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운이 좋았다."

작년 귀국한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이가 이재규 PD. 이 PD는 자신이 연출을 맡은 MBC TV 베스트극장 '소림사에는 형님이 산다'에서 배수빈에게 주연을 맡겼다. 배수빈도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열연을 펼쳤고 결국 '남자가 사랑할 때'에도 캐스팅됐다.

"평소 이재규 PD의 드라마에 꼭 출연하고 싶었다. 단막극이었지만 정말 보람있는 경험이었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재벌의 사생아 출신으로 한 여자(박정아)의 사랑을 얻기 위해 비열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악역을 맡았다. 머리 좋은 수재이지만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배수빈은 "악역이라고 해서 눈을 치켜 뜨는 식으로는 소화하지 않을 생각이다.무표정하고 지능적인 악역을 선보이겠다. 공감 가는 악역 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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