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쥬얼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한 박정아(23)가 연기자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박정아가 30일 첫방송되는 SBS TV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윤정,연출 최윤석)에서 여주인공 인혜 역을 맡아 드라마 데뷔를 한다.

그는 2003년 초 개봉한 영화 '마들렌'에서 조인성의 첫사랑으로 조연 출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박정아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연기를 욕심내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닌데, 맡은 배역은 뜻밖이다. 사실 연예계에서 박정아는 잘 웃고, 털털하면서도 솔직한 성격으로 사랑받아왔다. 그런 그가 (그의 표현대로라면) '사랑을 잊으려 하면서도 결코 잊지 못하며 살아가고, 강인해 보이면서도 여린' 인혜를 연기하는 건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평소 박정아의 이미지라면 경호무술학원에서 무술을 익히고, 천방지축처럼 싸돌아다니지만 한 남자를 속으로 가슴 깊이 사랑하는 정우 역이 더 맞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정우를 맡은 박예진과 서로 배역이 바뀐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그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차피 연기는 정답이 없는 상황해서 시작한 거예요. 정우를 연기한다고 해서 제가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죠. 그렇다면 정우가 아닌, 인혜를 통해 지금까지와 다른 면모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정말 어려운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도대체 카메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시선과 손을 어느 곳에 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면서 "그냥 감정 처리라도 잘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보일지 정말 걱정이다"며 근심어린 얼굴이다.

그러면서도 "난 참 복이 많은 애"라며 자평한다. "상대배우인 (고)수 오빠가 정말 진심으로 잘 대해주고, 동갑내기인 예진이, 선주 역을 맡은 (이)혜미 등과 마음이 잘 맞아요. 저희 셋이 '닭띠 클럽'이거든요. 오빠 말대로 아직 방영 전이라 여유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끝내줘요"라며 많은 사람들이 서로 격려해주고 있는 현장 분위기를 자랑했다.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이었을까.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 같아요. 연예 활동하면서 상처를 받아도 이를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는데, 연기하면서는 상처까지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돼요. 많이 차분해졌다는 말을 듣고 있어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이란성 쌍둥이와 애정관계에 얽히게 된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 박정아와 박예진이 쌍둥이 자매로 밝혀진다. 지훈 역의 고수는 첫사랑 박정아를 평생 그리며 살고, 박정아는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재벌 2세인 배수빈(강석현 역)과 결혼한다. 고수 옆에는 늘 박예진이 있다.

"이 드라마 제목이 '남자가 사랑할 때'이잖아요. 그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인혜이구요. 그래서 인혜라는 배역에 더 욕심났는지도 몰라요"라고 솔직하게 답한다.

어린 시절부터 같이 산을 오르며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왔다. 여전히 아버지는 그의 정신적 지주.

"정말 힘들어요, 요즘. 꿈속에서도 촬영장을 헤매고 돌아다닐 정도로 깊은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고 털어놓는 그는 "아버지께서 얼마 전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노력해서 안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말씀은 할 수 있습니다"고 강단있는 면을 내보인다.

인터뷰 동안 갑자기 쏟아진 가을비를 보며 "드라마 촬영장면에 유독 비맞는 장면이 많았는데…"라며 웃는다.

언제나 씩씩하게,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박정아의 연기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얼마 전 제작발표회에서 보여준 짤막한 영상을 통해 '기대 이상의 연기'라는 평을 들었다. 시청자마다 기대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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