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는 잔소리가 너무 심하세요! 이제 더이상 못 참겠어요!"

안네마리 노르덴의 '잔소리 없는 날'(보물창고刊)의 주인공 푸셀은 부모님에게 당당하게 요구한다. 하루만이라도 잔소리를 듣지 않고 마음대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어린 아들의 황당한(?) 요구에 푸셀의 부모는 의외로 순순히 8월 11일 월요일 하루를 하고 싶은 것은 뭐든 다할 수 있는 '잔소리 없는 날'로 정한다. 물론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잔소리 없는 날' 아침, 푸셀은 자두잼을 일곱 숟가락 퍼먹고 버터빵 두 개를 더 먹고도 양치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만끽하며 등교한다.

멋대로 수업을 빼먹고 집으로 돌아온 푸셀에게 엄마는 약속대로 잔소리를 하지않고 푸셀은 속으로 더 큰 모험을 계획한다.

갑자기 집에서 파티를 열겠다는 푸셀의 말에 엄마는 초콜릿 케이크와 버찌 파이를 사려고 급히 가게로 뛰어가고 푸셀은 파티에 초대할 아이들을 찾아 거리로 나서지만 술주정뱅이 아우구스트 아저씨 외에는 초대에 응하는 사람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아저씨를 부축해 집으로 돌아온 푸셀은 술 취한 낯선 사람을 집으로 데리고오는 일은 위험한 일이라는 엄마의 야단에 울음을 터뜨리고 아저씨는 엄마에게 화를 내며 다가가다가 취해 쓰러진다.

하는 수 없이 엄마와 둘이서 재미있게 파티를 즐긴 푸셀은 친구 올레와 함께 밤에 공원 숲에서 캠핑을 하기로 하지만 공동묘지 옆에 천막을 치면 귀신이 나올 거라며 공포에 질린 올레 때문에 캠핑을 망친다.

텐트 밖으로 뛰어나온 푸셀과 올레는 아이들이 걱정돼 뒤따라온 푸셀 아버지를 만나고 셋은 자정이 다 되도록 천막에서 귀신 이야기를 하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푸셀은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부탁하지만 엄마는 거절하고 푸셀은 자신이 직접 부모님 앞에서 오늘은 '잔소리 없는 날'이었다는 편지를 쓴다.

아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잔소리 없는 날'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통해 작가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잔소리가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며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이끄는 길잡이가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책은 부모가 왜 잔소리를 하는지를 서서히 깨달아가는 푸셀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유도한다.

푸셀이 직접 경험하고 스스로 깨달아가도록 묵묵히 지켜봐주는 푸셀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 어떤 것인지 부모들도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96쪽. 7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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