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콘다」와 「웨딩 플래너」의 주인공 제니퍼 로페즈는 그다지 빼어나지 않은 용모에다가 그저 그런 연기력을 지녔으면서도 할리우드 스타 가운데 최고의 뉴스 메이커로 꼽힌다.

의문의 총격사건에 연루돼 체포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섹스 비디오 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남성 편력도 화려해 랩가수 퍼프 대디, 무용수 크리스 저드 등을 거쳐 최근에는 미남배우 벤 애플랙과 약혼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15일 개봉될 스릴러영화 「이너프(Enough)」(배급 콜럼비아 트라이스타)는 철저히 제니퍼 로페즈의 이미지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영화. 영화 줄거리도 그의 이력을 따라가는 듯하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슬림(제니퍼 로페즈)은 한 무례한 손님에게 성희롱을 받다가 미치(빌리 캠벨)의 도움을 받아 가까워진다. 미치는 다정다감한 품성에 엄청난 부까지 소유한 `백마탄 왕자'. 푸에르토리코계 뉴요커로 자라다가 순식간에 할리우드의 샛별로 떠오른 제니퍼의 출세기를 연상케 한다.

꿈에도 그리던 대저택에서 귀여운 딸 그레이시와 사는 슬림. 그러나 천국 같던 생활은 남편 미치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의 비밀을 눈치채는 순간 지옥으로 바뀌고 만다. 외도 사실이 드러나자 미치는 야수로 표변하며 슬림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슬림은 그레이시를 데리고 도피 행각에 나서지만 미치의 추격은 끈질기기만 하다. 법도 그의 편이 아니다. 남편이 그레이시의 양육 부적격자라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막막하다. 이 대목도 두 차례의 이혼 경력을 지닌 제니퍼에게는 생소한 일이 아닐 듯하다.

자신의 목숨과 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슬림은 최후의 선택에 나선다. 남편과의 맞대결을 준비하는 그의 모습은 건강미와 카리스마가 흘러넘치는 제니퍼의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

그러나 영화적으로는 허점 투성이다. 다정다감하던 남편이 단번에 180도 바뀐다는 설정도 황당하며 곳곳에 깔아놓은 복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화 내내 불안과 공포를 키워가다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슬림이 복수에 나서는 장면은 실소마저 자아낸다.

「007 언리미티드」의 감독 마이클 앱티드나 「록키」 시리즈의 제작자 어윈 윙클러가 로페즈의 눈빛에 기가 죽어 총기가 흐려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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