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체력과 삼성의 투수력에 챔피언 트로피가 달렸다.'

2004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가 피를 말리는 두차례 무승부로 최대 9차전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의 비축된 체력과 삼성의 우세한 투수진의 싸움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규리그 1위로 `가을축제'에 직행한 현대는 두산과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삼성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김용달 현대 타격 코치는 “투수는 몰라도 현대 타자들의 힘은 삼성보다 낫다”고 장담할 정도.
 
클린업트리오인 클리프 브룸바-이숭용-심정수가 한국시리즈 들어 타격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방망이 끝에 실린 힘만큼 여전히 강력해 현대 코칭스태프의 믿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 타자들과 달리 투수들은 연일 혹사를 당해 9차전까지 갈 경우 마땅히 내세울 선발조차 여의치 않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의 선발 투수 로테이션은 당초 마이크 피어리-정민태-김수경-오재영을 계획했다.
 
하지만 김재박 현대 감독이 비장의 무기로 내밀었던 정민태는 2차전에 1⅓이닝동안 6실점으로 흔들려 급기야 오재영이 중간에 투입됐고 믿었던 김수경마저 3차전에서 컨트롤을 찾지 못해 3⅓이닝동안 6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다.
 
더구나 정민태는 2차전에서 발등 부상까지 입어 현대는 사실상 제대로 된 선발로테이션 운영이 힘들 정도다.
 
중간계투진 또한 4차전까지 이상열이 전경기, 신철인이 3경기에 나서 피로한 상태고 마무리 조용준 또한 이미 3경기에 출장한데다 4차전에서는 4이닝을 혼자서 책임지며 투구수가 47개에 달해 향후 기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는 일단 5차전에 신인왕 후보 오재영, 6차전은 김수경 또는 정민태를 투입한 뒤 7차전부터는 사실상 인해전술로 나갈 공산이 크다.
 
이에 대해 현대의 김시진 투수 코치는 “정민태의 부상이 심한 정도는 아니며 투수진 운영은 될 수 있으면 정상대로 할 생각이다. 조용준이 많이 던지기는 했지만 5차전이 27일 열리므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은 간판타자 양준혁을 비롯해 투·타 모두 장기간에 걸친 포스트시즌으로 체력이 바닥났지만 효율적인 마운드 운영으로 투수력에서는 현대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영수-호지스-김진웅으로 선발 투수진을 꾸린 삼성은 호지스가 2차전에서 1⅓이닝 동안 3실점으로 강판 됐던게 뼈아팠지만 배영수와 김진웅이 제 몫을 해줘 김응용 삼성 감독으로선 한층 여유가 있다.
 
특히 배영수는 4차전에서 10회까지 무실점으로 사실상 노히트노런의 완벽투를 선보여 삼성은 5차전 호지스에 이어 6차전 김진웅, 7차전 배영수로 필승 전략을 세울 것이 유력하다.
 
또 삼성의 장점은 올 시즌 구원왕(36세이브) 임창용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거의 매경기에 얼굴을 내밀었던 현대의 조용준과 달리 임창용은 2차전에서 중간계투로 나와 4이닝을 소화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서는 벤치를 지켜 8, 9차전까지 한국시리즈가 이어질 경우 선발 뿐 아니라 전천후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의 중간 계투를 책임지는 `쌍권총' 권혁, 권오준이 매경기 등판으로 체력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이 선동열 삼성 투수 코치의 고민거리다.
 
선 코치는 “임창용이 며칠 쉬었으니 아무래도 활용 빈도가 높을 것이며 권오준과 권혁, 박석진이 연이은 등판으로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 믿을 계투진은 그들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일성 KBS해설위원은 “현대는 전체적인 체력에서 앞서 장타력이 좋고 삼성은 투수력에서 한 수 위라 우열을 점치기 힘들다. 현재 상태라면 9차전까지 갈 가능성이 있지만 서로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한 팀이 급격히 연패해 쉽게 끝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