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한국의 골프여왕' 박세리(27·CJ)에게는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명예회복'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다.
 
소렌스탐은 지난 2002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 첫 대회 때 `망신'이 아직도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다.
 
당시 소렌스탐은 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 무려 9승을 쓸어담으면서 `골프여제'의 위력을 마음껏 떨치고 있었다.
 
그러나 난생 처음 겪어보는 제주의 차가운 강풍과 까다로운 코스에서 허덕인 소렌스탐은 사흘 내리 오버파 스코어를 내는 수모를 겪었다.
 
다행히 다른 선수들도 줄줄이 오버파 스코어로 무너진 덕에 공동5위에 올라 체면은 지켰지만 소렌스탐이 대회 내내 한번도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하지 못한 데 대해 내심 충격을 받았다.
 
이 때문인지 소렌스탐은 이듬해에는 아예 출전을 포기해 이번이 2년만에 출전.
 
이번 방한길에 소렌스탐은 “바람을 이기는 비법을 준비해왔다”고 말해 2년전 제주 강풍에 혼쭐났던 경험이 무척 마음에 걸리는 듯 한 인상을 줬다.
 
평소 연습 라운드 없이 경기에 나서기도 하는 등 여유만만하던 소렌스탐은 26일부터 꼼꼼하게 코스를 돌아보는 등 `두번 당하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박세리의 처지는 소렌스탐보다 더 다급하다.
 
시즌 중반부터 까닭모를 슬럼프에 빠져든 박세리는 시즌 도중 5주간 한달동안 대회 출장을 중단하고 샷을 가다듬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지만 5주만의 복귀무대인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꼴찌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쥐고 망연자실했던 터.
 
때문에 박세리는 이번 대회에서 `골프여왕'의 면모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다.
 
다행히 박세리는 두 차례 출전한 이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고 더구나 소속사 CJ가 후원하는 대회라는 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명예회복의 무대로는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대회 직전 일본 원정에서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흔들리던 샷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조짐을 보여 찌푸렸던 박세리의 얼굴이 다소 피었다.
 
말수가 없던 박세리는 연습장에서 볼을 치면서 “연습장에서는 이렇게 잘 맞는다”며 자랑도 늘어놓는 등 한결 여유를 찾은 모습.
 
“여기 오면 그래도 마음이 푸근해진다”는 박세리는 “욕심없이 볼만 보고 치겠다”고 무심타법을 강조했지만 `이대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의욕을 숨길 수는 없었다.
 
LPGA 투어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소렌스탐과 박세리가 어떻게 `명예회복'의 무대를 장식할 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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