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의 물 만난 소방수"

진기록을 쏟아내며 유례없는 9차전까지 승부를 몰고 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현대의 특급 마무리 조용준(25)이다.

조용준은 한국시리즈에서 6차례나 마운드에 올라 물샐틈 없는 뒷문 단속으로 팀을 한국시리즈 2연패의 8부능선까지 끌어올리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용준은 현대가 6-2로 승리를 거둔 지난 21일 1차전에서 1⅔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첫 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8-8 무승부로 끝난 2차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4차전, 4-1 승리를 거둔 5차전, 6-6 무승부가 된 7차전, 3-2로 승리한 8차전까지 쉴 새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조용준은 특히 상대팀 배영수가 10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12회 연장 혈투가 벌어진 4차전에서는 9회부터 무려 4이닝을 소화,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하며 철완을 과시했다.

또 7차전에서는 9회 양준혁-멘디 로페즈-김한수로 이어지는 삼성의 클린업 트리오를 완벽하게 돌려세우며 무승부를 이끌어낸 것도 시리즈의 백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현대는 조용준의 역투에 힘입어 매번 패배 직전에 몰렸던 경기를 간신히 무승부로 끝낸 뒤 다음 경기에서 분위기를 반전, 승리를 따냄으로써 3승3무2패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현대가 9차전마저 잡고 고대했던 우승 축포를 터트릴 경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10⅓이닝 동안 7안타 3사사구, 2세이브에 방어율 0.00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자랑하고 있는 조용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용준의 이같은 활약은 정규리그 막판까지 세이브왕을 다퉜던 삼성 임창용이 이번 시리즈에서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더욱 빛난다.

정규리그 34세이브를 거둔 조용준은 임창용에 2개 뒤져 아깝게 제1의 소방수 자리를 놓쳤지만 한국시리즈 들어 2세이브를 추가, 결국은 임창용을 따라잡은 것에 스스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임창용보다 정규시즌 기록에선 뒤졌지만 내용면에선 한번도 졌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조용준은 "시리즈가 길어져 지친감도 있지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이 너무 재밌다"면서 "팀 우승이 먼저지만 MVP도 주면 감사히 받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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