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프로야구 삼성이 피 말리는 접전 끝에 2004 한국시리즈 우승을 아쉽게 현대에 내줬지만 올 시즌 `투수 왕국'으로 팀 컬러를 변모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그동안 `사자군단' 삼성의 트레이드마크는 당연히 양준혁-마해영-이승엽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를 내세운 강력한 화력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이승엽이 일본 롯데, 마해영이 기아로 각각 자리를 옮겨 삼성 김응용 감독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프로야구 전문가들조차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간판타자들이 대거 빠진 삼성을 LG, 한화와 함께 3중으로 낮게 평가하면서 기아, 현대, SK를 3강으로 꼽았을 정도.

하지만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의 저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삼성은 두산 감독 물망에 올랐던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을 투수코치로 전격 영입해 타선의 부족을 투수력으로 메운 것.

김 감독으로부터 삼성 마운드 운용의 전권을 위임받은 선 코치는 집중 조련시킨 수제자들을 앞세워 정규리그 2위를 이끌어냈고 절묘한 투수 운용으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규리그에서 삼성 투수진의 방어율은 3.76으로 8개 구단 가운데 1위를 차지해 `투수 왕국'으로 불리던 현대(4.06)를 무색케할 정도.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선 코치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은 배영수는 올해 공동 다승왕(17승)을 차지했고 `중고신인' 권오준도 11승으로 신인왕 후보에 오른데다 임창용도 기복 없는 모습으로 36세이브를 책임졌다.

한국시리즈 들어 `선동열 효과'는 빛을 발해 배영수는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무려 10이닝 동안 볼넷 1개만 내주는 위력투를 선보였고 권혁-권오준-박석진으로 이어지는 계투진도 '철벽 불펜'이라던 현대에 못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승엽과 마해영의 공백은 찬스 때 큰 타구를 날려주는 클러치히터의 부재로 이어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양준혁, 박한이, 강동우가 메워 정규시즌 팀 타율 0.269로 3위에 올랐지만 홈런은 5위(132개)에 그쳤고 한국시리즈에서도 고비마다 해결사 가뭄에 시달리다 결국 왕중왕 등극에 실패했다.

삼성으로서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용병 농사를 망쳤다는 점이다.

삼성의 용병 케빈 호지스는 정규시즌 9승10패(방어율4.24)로 그럭저럭 제 몫을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새가슴'으로 2경기나 망쳤고 타자 또한 물방망이로 판명난 트로이 오리어리를 대신해 멘디 로페즈를 데려왔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반짝 했을 뿐 재미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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