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코치진으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상습적인 구타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훈련해 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일 태릉선수촌을 무단 이탈하는 사건을 일으켰던 대표선수 6명이 한결같이 코칭스태프의 반복되는 구타와 언어 폭력, 사생활에 대한 철저한 감시·통제에 시달려 온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당시 이탈 사건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루도 매를 맞지 않고 운동한 날이 없다. 손으로 머리를 맞는 것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아이스하키 채와 쇠로 된 로그게이지, 신발 등으로 팔뚝과 엉덩이, 빰을 가리지 않고 때렸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그는 “지난 10월7일 아침 훈련 때 최은경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탔는데도 C 코치는 시간이 뒤졌다며 스케이트날 집으로 엉덩이를 마구 때리더니 엎드려 뻗쳐를 시켰고 쓰러지는 선수의 목덜미를 잡고 계속 때리기도 했었다”면서 “이런 폭력은 수도 없이 행해졌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선수도 “훈련장에서는 물론이고 지난달 해외 전지훈련을 했던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와 국제대회(월드컵)가 열리는 외국에서도 구타는 끊이지 않았다”며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너무나 소중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스케이트를 제일 혐오하게 됐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현재의 코치 선생님들과는 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 서로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이는 다른 선수들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은 계속된 폭력에 팔목이나 엉덩이에 피멍이 들기 일쑤였고 한 선수는 머리채를 잡히거나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털이 한 움큼 빠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
 
현재 대한빙상경기연맹 측은 선수들의 진술서와 함께 구타로 인한 멍 자국이 선명한 사진 등을 확보해 놓았다.
 
구타 못지 않게 선수들을 힘들게 한 것은 훈련 이외 시간에도 이어진 `비인격적인 대우'였다는 게 선수들의 주장이다.
 
선수들은 연습이 끝난 휴식 시간에도 선수촌 숙소에서 K 코치로부터 사적인 휴대폰 통화나 인터넷을 통한 채팅을 금지 당했고, 남자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철저하게 통제했다는 것.
 
이들 코치는 지난 8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연맹은 10일 오후 회장단회의를 열어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맹은 구시대적 악습인 선수 폭력이 계속된 것과 관련, 성적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과 기술적 지도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이들 코치진은 휴대폰을 꺼놓거나 아예 받지 않는 등 통화 시도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여자 쇼트트랙 에이스인 최은경(한체대)과 여수연(중앙대), 변천사, 허희빈(이상 신목고), 강윤미(과천고), 진선유(광문고) 등 주축선수 6명은 지난 3일 저녁 훈련이 끝난 뒤 선수촌을 벗어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4일 오후 빙상연맹 임원진의 설득 끝에 선수촌에 복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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