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5홀에서 승부를 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미국프로골프(PGA) 상금랭킹 26위 최경주(34·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 그리고 유럽골프의 강자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등 세계최정상급 남자 선수들과 맞붙은 박세리(27·CJ)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세웠다.
 
오는 14일 제주 라온골프장에서 이들 3명과 스킨스게임을 갖는 박세리는 뚜렷한 힘과기량 차이 때문에 경기를 `빈손'으로 마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300야드에 육박하고 마음만 먹으면 340야드 이상을 때려내는 정상급 남자 선수들과 똑같은 챔피언티에서 경기를 치르는 박세리로서는 1개의 스킨을 따내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제주에 내려와 라온골프장을 돌아본 박세리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은 파4홀 1∼2개와 파5홀 가운데 3개홀에서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박세리가 가장 자신을 갖고 있는 100야드 안팎에서 세 번째샷을 치게 되는 파5홀에서는 얼마든지 버디를 잡아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우즈와 최경주, 그리고 몽고메리는 파5홀에서 두 번째샷을 바로 그린에 올려 이글을 노릴 가능성이 높지만 매번 투온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리스크'가 많다는 점에서 3차례 끊어 치는 박세리가 더 완벽한 버디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처음 만나는 파5홀인 3번홀(파5·519야드)은 거리는 비교적 짧지만 그린이 오르막에 위치해 있어 우즈나 최경주, 몽고메리도 3온 작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100야드 안쪽에서 치는 어프로치샷에서는 박세리도 이들에 비해 크게 처지는 기량이 아니라서 그린에서의 집중력만 발휘한다면 스킨을 따내는 것도 어렵지 않을 듯.
 
6번홀(파5·530야드) 역시 그린 왼쪽에 커다란 해저드가 버티고 있어 남자 선수들이 곧바로 두 번째샷으로 그린을 노리다가는 낭패를 당할 공산이 커 박세리에게는 `기회의 홀'이 될 전망이다.
 
10번홀(파5·557야드)은 길지만 내리막에 뒷바람이 부는 홀인 데다 그린 주변에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박세리에게 가장 불리한 홀이다.
 
그러나 라온골프장의 `시그니쳐홀'인 16번홀(파5·530야드)도 박세리에게는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왼쪽 도그레그홀인 16번홀은 드라이브샷 비거리에 따라 그린까지의 남은 거리가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이 특징.
 
커다란 연못을 가로질러 치는 드라이브샷을 해저드 왼쪽 경계 너머로 보내면 200야드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연못 한가운데 또는 비교적 안전한 연못 오른쪽으로 티샷을 치면 남자선수들도 2온은 쉽지 않다.
 
우즈는 당연히 왼쪽 끝을 겨냥하겠지만 샷이 조금만 왼쪽으로 당겨지면 파세이브도 장담할 수 없다.
 
최경주와 몽고메리는 연못 한가운데로 티샷을 날린 뒤 두 번째샷으로 그린을 바로 노리겠지만 그린 양쪽 벙커가 위협적이라 역시 위험 부담이 있다.
 
박세리의 공략 루트는 연못 오른쪽을 넘긴 뒤 두 번째샷으로 그린 50∼80야드 앞쪽에서 세 번째샷을 친다는 것.
 
남자 선수 3명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트러블'에 걸린다면 안전한 루트를 택한 박세리가 스킨을 차지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이밖에 박세리는 티샷만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보낸다면 쇼트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는 1번(파4·350야드), 2번홀(파4·314야드), 그리고 14번홀(파4·374야드) 등에서도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그러나 파3홀 4곳은 206야드(4번홀), 212야드(7번홀), 203야드(13번홀), 190야드(15번홀) 등 모두 롱아이언이나 페어웨이우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박세리에게는 벅찬 승부가 될 수밖에 없고, 오르막에 맞바람까지 부는 17번홀(파4·462야드), 18번홀(파4·443야드)에서는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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