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프레레호가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6독일월드컵축구 아시아 2차 예선 몰디브와의 최종전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몰디브를 반드시 꺾고 최종 예선을 향해 진군하는 게 눈앞의 지상과제이지만 아울러 그동안 대표팀을 괴롭혀온 각종 징크스도 일거에 날려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태극전사들의 득점 방정식과 본프레레호의 전술적 완성도를 눈여겨보는 것 외에 염두에 두고 볼 만한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상암징크스 `이번엔 없다'=국가대표팀의 상암징크스는 2001년 11월 서울월드컵경기장 개장 경기로 열린 크로아티아전 2-0 승리 이후 3년 간이나 깨지지 않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 독일과의 준결승(0-1패)을 시작으로 브라질(2-3패), 일본(0-1패), 우루과이(0-2패), 아르헨티나(0-1패), 불가리아(0-1패), 터키(0-1패)전까지 7연패를 당했고 본프레레 감독 취임 이후인 지난 7월 트리니다드토바고전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장 터의 `화기'가 너무 세다는 말을 듣고 불을 삼키는 전설의 동물 해태 그림판까지 넣었지만 징크스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축구협회는 그러나 이번만은 징크스를 깬다는 믿음을 갖고 상암을 결전지로 정했다.
 
본프레레호에는 상암 무패행진(4승1무)을 거둔 올림픽호의 주축 조재진(시미즈), 최성국(울산)이 합류해 징크스를 깰 해결사로 나선다.
 
▶수능한파 효과=`몰디브는 온탕에서 곧장 냉탕으로.' 지난 15일 입국한 몰디브 선수들은 31℃의 태국 방콕에서 전지 훈련을 하고 20도 이상 기온이 낮은 한국에 왔다.
 
기상청 예보로는 수능 시험실인 17일 서울의 최저기온은 3℃, 최고는 11℃ 정도가 될 듯.
 
게다가 경기 시간도 통상 A매치 시간대인 저녁 7시에서 한 시간 더 늦춰진 저녁 8시로 몰디브 선수들에게는 추위가 가장 무서운 적 중 하나다.
 
그러나 태극전사들이 수능한파의 효과만 믿고 맘을 놓았다가는 `몰디브 악몽'이 되살아날지 모르니 방심은 금물이다.
 
▶월드컵 4강의 저주는 `남의 일'=메이저리그 `밤비노의 저주'처럼 월드컵 축구에도 두 가지 유명한 저주가 있다.
 
축구황제 펠레가 지목한 우승 후보는 죽을 쑨다는 `펠레의 저주'와 월드컵 4강팀 중 1개팀은 다음 대회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월드컵 4강의 저주'.
 
86년 월드컵 3위 프랑스의 90년 대회 예선탈락을 시작으로 98년 4위 네덜란드의 2002월드컵 불참까지 이어져온 이 저주의 `2006년판 희생양'이 제발 본프레레호여서는 안된다는 게 팬들의 소망이다.
 
▶세대교체 예비실험=본프레레 감독이 몰디브전을 앞두고 급격한 세대교체는 위험하다고 신중론을 펴고 있는 데다 언뜻 보기에는 `그 멤버 그대로' 같아 보이는 대표팀이지만 이번 엔트리 20명 가운데 올림픽 출전 연령인 81년 이후 출생자가 어느새 딱 절반인 10명으로 늘었다.
 
조재진과 김치곤(서울), 김진규(전남) 등이 탑승하면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야금야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셈.
 
본프레레 감독은 “아시안컵부터 최근 K리그까지 지켜본 결과 현재 멤버들이 향후 대표팀의 기본 구상을 이루고 있다”고 말해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실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 월드컵 멤버들의 본격적인 실험장인 몰디브전은 2006년 월드컵까지 한국축구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첫 걸음이 되는 셈이다.
 
▶약체 징크스 `아듀'=지난 3월31일 인도양의 뜨거운 섬 말레에서 경험한 몰디브 악몽(0-0무)은 움베르투 코엘류 전 감독의 경질을 불러온 결정타가 됐다.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의 약체 징크스는 작년 10월 오만 쇼크(베트남 0-1패, 오만 1-3패)에서 시작돼 몰디브전에서 절정에 달했고 최근 베트남(2-1승), 레바논(1-1무)전까지 그 충격파가 직·간접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프레레호로서는 최종예선에 진출하고 나면 아시아 정상급 팀들과 본선 티켓을 놓고 겨루게 되기 때문에 몰디브전이 약체 징크스를 씻어낼 흔치 않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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