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동의 없이 소집한 연말 임시국회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개혁법안'을 비롯, 새해 예산안과 연기금 투자 관련 법안 등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 일정을 진행시킨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임시국회 참여 조건으로 여당의 국보법 폐지방침 철회와 나머지 3대 입법에 대한 합의처리 약속을 요구하고 있어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당은 11~12일 우리당 이종걸,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간 비공식 접촉 등 원내대표단의 물밑 협의를 통해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을 협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은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 임시국회 참여를 촉구하되, 이에 불응할 경우 내주초 국보법 폐지안 등 61개 민생·개혁 법안의 임시국회내 처리를 위해 관련 상임위를 모두 가동할 계획이라고 12일 이재경 원내 공보실장이 밝혔다.

우리당은 또 한나라당이 국보법 폐지안 상정 저지를 위해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것과 관련,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걸 수석부대표는 “한나라당을 계속 설득하겠지만 정 안되면 단독으로도 임시회를 열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13일부터 각 상임위를 열기 위해 소집요구서를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여당이 현재 국보법 폐지방침 철회 등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없이 일방적으로 야당을 몰아붙이고 있다며 임시국회에 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여당이 4대 악법을 취급하려고 하면 다른 법률은 심의할 수 없다”며 “시급한 현안 처리는 마무리된 데다, 지금 임시국회 소집은 여야간 감정 대립만 고조시킬 것이란 점에서 시간을 갖고 처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남경필 수석부대표는 “현재로서는 입장변화가 없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시간이 여당의 편이었다면 지금은 한나라당 편으로 왔다고 본다”면서 “여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수석부대표는 특히 “지금 상황에서는 양면작전으로 갈 것”이라면서 “대외적으로 강공책을 유지하면서 대내적으로는 국가보안법과 관련, 개정을 전제로 당론을 압축해 나가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수석부대표는 “서로 갑갑한 상황에서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이 관례였다”면서 “곧 그런 시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해 막후 타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이날 오후 정세균 위원장 주재로 예결특위 간사협의를 갖고 예산 심의 문제를 협의키로 한 가운데, 한나라당 내에서 국보법 개정과 관련한 7가지 대안을 2가지로 압축한 채 최종 당론 도출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국보법 개·폐 논란을 둘러싼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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