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도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매년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갖곤 했으나 침체된 경기는 좀처럼 풀릴 줄 몰랐고 이로 인해 고통은 더해 갔다.
 

때로는 세상이 야속하기도 했고 일부는 고통을 감내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들도 발생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자신들도 결코 여유롭지 못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며 더 어려운 이웃을 찾아 한해를 보내기도 했다.

본보는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매주 월요일 `2005, 당신이 있어 행복한 세상!'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남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소식을 전함으로써 더욱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부끄럽습니다. 뭐 봉사랄 것까지도 없는데…”
 

인천시 동구청 공무원들의 봉사모임 동구청봉사회 회장인 이길하(29)씨는 몸둘 바를 몰라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봉사를 한 것도 아니고, 실제 내세울만한 활동을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2년 넘게 주1회씩 보육원을 찾아 원생들과 놀아주고 청소와 목욕 봉사 활동을 꾸준히 벌이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설득에 신 회장은 마지못해 말문을 열었다.
 

“2001년 말 젊은 공무원들 중심으로 친목모임을 갖게 됐는데, 거기서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정식으로 2002년 10월 동구청봉사회를 꾸렸고요.”
 

“그때부터 매주 한 번 회원들이 돌아가며 보육원에 봉사활동을 나가게 된 것 뿐입니다.”
 

신 회장은 대화 중간에도 몇 차례나 부끄럽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는 했다.
 

그렇게 시작한 동구청봉사회의 회원은 10명이며 20~30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벌써 2년 넘게 매주 수요일마다 퇴근 후 화수1·화평동에 있는 보라매보육원생들의 친구가 돼 주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이 봉사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주변의 칭찬에 “아주 오래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 오신 선배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회원 유지연(29·여)씨도 “좋은 일 하면 마음이 즐겁고 뿌듯하잖아요. 평소 봉사에 관심이 있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내가 희생한다고 느끼기 보다 제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계속하고 있을 뿐”이라며 천사 이미지를 경계(?)했다.
 

신 회장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갈 때마다 사랑과 봉사, 지역주민과 함께 숨쉬는 공무원의 역할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아이들이 우리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한다”며 “동구청봉사회를 너무 미화시키지 말아달라”는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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