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고국에서 스틱을 맘껏 휘둘러 보고 싶습니다.”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아이스하키 프로무대(DEL)에서 뛰고 있는 현종범(26·크레펠트 핀구이네)은 고국에서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종범은 2004-2005 시즌에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유럽 빅리그 중 하나인 독일아이스하키 무대에 데뷔한 한국인.
비록 현재까지 28게임에 출전해 골은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선수들이 즐비한 독일 무대에서 성실한 플레이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어 교포 사회에서는 신망이 두터운 유명인이다.
1971년 독일로 이민 온 광부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어머니 사이에 둘째로 태어난 현종범은 백인 아이들에게 힘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남성 스포츠의 상징인 아이스하키를 5살때부터 시작했다.
일찌감치 재능을 나타낸 그는 15세때 마침내 독일 청소년대표로 선발돼 성공시대를 열었고 이후 약 5년간 25게임에 출전해 6골 9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독일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생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논밭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는 녀석', `Ching'(동양인, 특히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란 말을 들으며 인종차별에 시달려야 했던 그는 심지어 청소년대표 코치로 부터 “너는 여기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말까지 들어가며 운동을 해야 했다.
인종차별이라는 장애와 학업을 계속하길 원하던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친 그는 아이스하키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과정을 마치며 빅리그 진입을 위한 꿈을 서서히 키우기 시작했다.
벨기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따낸 그는 벨기에 아이스하키 팀(치프 로벤)에서 1시즌을 뛰며 8게임에 나가서 5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독일 아이스하키리그에 대한 진입을 노렸다.
결국 지난해 6월 크레펠트 펭귄스로부터 입단 제의가 왔고 그는 마침내 유년시절부터 꿈꿔오던 독일 프로무대 진출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현종범은 “한국인, 아니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독일 리그에 진출해 그 책임이 무겁다”며 “여기서 좋은 결과를 거둬 앞으로 유색인종이 독일 아이스하키 무대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닦겠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은 단지 나에게 의식주만을 제공했다. 언제나 한국을 그리워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아이스하키 무대에서 지금까지 연마한 기술을 맘껏 펼쳐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그만 둔 후에는 국제 연합(UN)에서 일을 하고 싶어 대학과 대학원에서 각각 외교학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했다는 그는 “한국의 통일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곳 독일에서 통일 과정을 피부로 느끼며 지켜봤다. UN에서 통일 문제를 연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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