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이태운 부장판사)는 31일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 지만(47)씨가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제작사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 다큐멘터리 세 장면을 삭제하지 않으면 상영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부마항쟁 시위 장면, 박 대통령이 사망한 뒤 김수환 추기경이 추모하는 장면, 박 대통령의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라며 조건부 상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에 대한 보증금으로 지만시 측이 3억원을 공탁하도록 했으며 제작사측이 이 장면을 삭제하지 않고 극장이나 TV, 비디오, CD 등으로 상영할 경우 위반행위 1번에 대해 3천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영화의 일부 장면이 `각하'를 성적 사생활이 문란하고, 일본어를 쓰며 일본 노래를 즐겨부르는 부도덕한 인물로 묘사해 고인(박 전 대통령)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갖게 하지만 영화상영 자체를 금지시키려면 주관적인 명예감정의 침해뿐 아니라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가 저해됐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영화는 허구에 기초한 블랙코미디여서 풍자가 본질적이고, `각하'의 피살장면은 영화 `친구'를 패러디한 것이어서 관객들이 실제와 같다고 인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공인은 프라이버시 침해를 어느 정도 참아야 하고 이 영화로 고인에 대한 평가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영화 자체의 상영금지는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영화 시작과 끝 부분에 있는 고인의 장례식 등 다큐멘터리 장면이 별다른 설명없이 비교적 장시간 삽입돼 상영될 경우 관객들에게 영화가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있다”며 “이 부분을 포함한 영화는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삭제후 상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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